국내은행 이자이익 증가세가 큰 폭으로 둔화했다. 반면 비이자이익 규모는 1년 사이 70% 가깝게 늘었다. 자산관리(WM)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금융권 경쟁이 치열하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중 국내은행 당기순이익은 21조3000억원으로 전년 18조5000억원 대비 2조8000억원 증가(+15.%) 했다.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이자이익이 3조2000억원 느는 사이 비이자이익은 2조4000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성장률로 보면 비이자이익이 이자이익을 압도하는 양상이다.
2023년 중 국내은행 이자이익은 59조2000억원으로, 순이자마진(NIM) 확대 등에 따라 전년 55조9000억원 대비 3조2000억원(+5.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비이자이익은 5조8000억원으로 전년 3조5000억원 대비 2조4000억원 증가했다. 1년 사이 68% 늘어난 것이다.
국내은행 이자이익 증가율은 전년 대비 15.8%p(2022년 21.6%, 2023년 5.8%) 줄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 이자이익 증가율 둔화는 이자수익이 늘어난 것에 비해 이자비용 증가가 더 컸기 때문이다.
반면, 비이자이익은 시장금리 하락에 따라 유가증권평가·매매이익 등 유가증권 관련 이익(5조원)이 전년(1000억원) 대비 크게 증가했다.
은행들은 최근 비이자이익 부문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 예정되어 있는데다 정부가 상생금융에 드라이브를 걸며, 올해는 이자이익을 늘리는데 제약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안정적으로 수수료를 거둘 수 있는 자산관리(WM) 경쟁에 불이 붙었다.
우리은행은 이달 '자산관리 전문은행'을 선언하고 2026년까지 특화점포를 20곳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취약한 비이자이익 기반을 다지기 위한 조치다. 우리은행 순이자마진(NIM)은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저조하다.
신한은행은 이달 보유 주택 시세 조회, 금융기관별 대출 현황 관리, 매매 시 필요 예산 시뮬레이션 등을 제공하는 '부동산 자산관리 서비스'를 출시했다. 향후 부동산 관련 서류 발급과 주택담보대출 원스톱 프로세스 등을 추가 서비스로 연결해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최근 가수 임영웅을 새 광고 모델로 삼고 첫 광고로 '자산관리의 영웅은 하나!'라는 CF를 공개하는 등 공격적 영업에 나섰다. 해당 CF는 이달 12일 900만회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관심을 끌고 있다. Sh수협은행 역시 13일 'WM 비지니스 명가(名家)' 타이틀 획득 총력전을 선언하는 등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조용병 은행연합회 회장은 이달 12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업을 포함해 금융이 가야될 분야는 자산관리”라고 강조했다. 최근 문제가 된 은행 ELS 판매에 대해서도 “어느 상품을 파느냐 안 파느냐 문제가 아니고 시스템을 갖춰 결국은 자산관리 측면에서 고객 선택권을 주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