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이호성)이 자기공명영상(MRI)과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한 체내 지방 측정 정확성을 높일 표준물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개발 표준물질은 물·지방을 혼합해 만든 유화 표준물질이다. 팬텀(의료영상기기의 성능을 평가·분석·조정하기 위한 도구)에 삽입해 의료영상기기에 적용하면 지방량 측정 시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의료영상기기 지방량 측정값이 병원별, 제조사별, 모델별로 제각각임에도 이를 보정할 기준이 없어 의사 경험과 감각에 의존해 진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이다. 신약 개발 필수절차인 다기관 임상시험, 여러 장비 측정값을 수집해야 하는 빅데이터 연구 등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의료영상기기 성능을 대조하기 위해 팬텀이 사용되지만 정량 측정값을 평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인공 계면활성제를 비롯한 10여 종 첨가물이 들어가 안정성이 떨어지고 객관적인 검증 절차도 없는 탓이다.
표준연 표준물질은 측정값에 영향을 주는 계면활성제 등 첨가물을 넣지 않아 지방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고 안정성과 균질성이 뛰어나다. 기관 3개 부서 간 융합연구 성과로, 화학적 수분 측정 기술과 집속초음파 장비를 이용한 유화 기술을 의료영상 분야에 접목해 표준물질을 개발했다.
개발 표준물질과 팬텀은 각 의료기관에 보급돼 의료영상기기 측정값 유효성을 평가하고 진단 결과 신뢰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비만 치료제 등 신약 개발 임상시험에서 다기관·기종 데이터 기준점으로 사용 가능하다. 국내 MRI 시장 점유율 1위 지멘스 헬시니어스의 MRI 장비 지방량을 측정 신기술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조효민 표준연 의료융합측정그룹 책임연구원은 “융합연구 성과로 의료 현장 임상 수요에 대응할 수 있어 뜻깊다”며 “의료계와 과학계의 가교 역할을 하는 기술 개발로 국민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표준물질 유효성 시험을 지원한 김동욱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향후 임상시험과 환자별 질환 진단에 이번 표준물질을 사용해 더 정확하고 일관성 있는 데이터를 획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표준연은 후속 연구로 농도가 세분화된 표준물질을 추가로 보급하고, 다기관 데이터 획득을 통해 의료영상기기 차세대 성능평가 체계 수립에도 기여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상용표준물질 개발보급사업과 기관 기본사업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 성과는 측정표준 분야 국제학술지 메트롤로지아에 1월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