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미래다]〈117〉전산망조정위원회 새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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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대통령이 1987년 7월 15일 열린 국가전산화확대회의에서 김성진 위원장 등과 함께 행정망 전산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다.국가기록원 제공

1987년 들어 전산망조정위원회가 신발끈을 고쳐맸다. 정보화 시대로 가는 새 출발이었다.

청와대 경제수석실은 그해 4월 3일 전산망조정위원회 구성(안)을 전두환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재가를 받았다. 전산망보급이용과 촉진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에 근거해 전산망조정위원회는 대통령 소속인 법정기구로 승격했다. 명칭도 국가기간전산망조정위원회에서 전산망조정위원회로 변경했다.

4월 27일 전두환 대통령은 경제수석실이 입안한 전산망조정위원회 위원 인선을 재가했다. 전산망조정위원회의 주요 기능과 업무도 구체적으로 명기했다. 기능은 △정부 전산망 기본계획과 시행계획 심의 조정 △국가기간전산망사업 기본계획 수립과 조정 △국가기간전산망사업에 들어가는 자금 조달과 기기 도입·개발에 대한 심의 조정 △국가기간전산망 구축과 이용 담당자 지정 △기타 국가기간전산망 사업에 관련한 법령 정비 및 제도 개선에 관한 사항 등이다. 위원회는 국가기간전산망사업에 관한 최고 의사결정기구였다.

정부는 전산망조정위원회 위원장은 국무위원 또는 그에 상응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을 대통령이 지명키로 했다. 전산망 위원은 국가기관 소속 공무원 또는 임원, 전산망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가운데에서 위원장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키로 했다. 위원 임기는 2년으로 했다. 전산망조정위원회에 대한 각계의 관심은 비상했다.

전두환 대통령은 그동안 대통령 비서실장이 맡던 전산망조정위원장직에 김성진 한국전산원 원장을 지명했다. 김성진 원장은 육사 11기 수석 입학과 수석 졸업한 수재였다. 미국에서 기계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 체신부 장관과 과학기술처 장관을 역임했다.

위원회 간사이던 홍성원 당시 청와대 과학기술 비서관의 증언. “전산망조정위원장은 처음부터 김성진 원장 외에 다른 사람은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육사 11기 동기인 김 원장에 대한 전두환 대통령의 신임은 절대적이었습니다. 전 대통령이 그를 지명했습니다.”

전 대통령은 1986년 12월 말 한국전산원장직을 고사하는 김 전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원장직을 맡도록 했다. 당시 전 대통령은 “당신이 아니면 누가 이 방대한 사업을 담당할 수 있느냐”며 김 원장에게 무한신뢰를 보냈다.

전산망 위원은 문희갑 경제기획원 차관, 정영의 재무부 차관, 오명 체신부 차관, 권원기 과학기술처 차관, 황인수 국방부 차관, 김찬재 문교부 차관, 홍성좌 상공부 차관, 장기오 총무처 차관, 강우혁 청와대 정무2수석비서관, 사공일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윤옥영 국가안전기획부 기획조정실장, 김재윤 한국은행 부총재 등으로 구성했다. 전산망조정위원회 간사 겸 실무위원장은 전자공학박사인 홍성원 비서관이 맡기로 했다.

전산망조정위원회는 분야별 전산망사업 총괄 부처도 지정,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의 회고. “이 사업의 추진 체계는 각 부처, 금융기관, 연구소, 대학교, 각 군과 공안기관이 추진 주체인 가운데 이용기관 전산화를 기획 조정하기 위한 추진위원회를 5개 전산망별로 구성했습니다. 그 위에 각 전산망을 종합 지원하고 조정하는 전산망조정위회를 설치한 것입니다.”

교육연구망추진위원회는 과학기술처가 총괄하고 위원직은 과학기술처 장관, 부위원장직은 과학기술처 차관이 각각 맡도록 했다. 지명위원은 국·공립대학교 총장, 시스템공학센터(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소장, 정부출연연구기관 소장, 전산원 대표 등이었다.

행정전산망추진위원회는 총무처가 총괄기관인 가운데 위원장직은 총무처 장관, 부위원장직은 총무처 차관이 각각 맡기로 했다. 지명위원은 경제기획원 차관, 내무부 차관, 보건사회부 차관, 노동부 차관, 교통부 차관, 체신부 차관, 관세청장, 서울시 부시장, 한국데이터통신(현 LG유플러스) 사장, 전산원 대표 등이었다.

금융전산망추진위원회는 한국은행이 총괄하는 가운데 위원장직은 한국은행 총재, 부위원장직은 한국은행 부총재가 각각 담당했다. 위원은 은행감독원장,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장, 농·수·축협장,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지방은행장, 증권감독원장, 보험공사 사장, 금융결제관리원장, 전산원 대표 등이었다.

국방전산망추진위원회는 국방부가 총괄하고 위원장으로는 국방부 장관, 부위원장에는 국방부 차관이 각각 맡기로 했다. 위원은 육·해·공군과 국방기관 대표, 국방연구원 대표, 전산원 대표 등이었다.

공안전산망추진위원회는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총괄하고, 위원은 자체 구성토록 했다. 그러나 분야별 추진위원에 전산원 대표는 꼭 참여시켰다.

전산망조정위원회 실무위원회는 관련 부처 국장급으로 구성했다. 경제기획원 예산심의관, 재무부 재정국장, 상공부 전자공업국장, 체신부 통신정책국장, 과학기술처 기술정책관, 총무처 행정관리국장, 문교부 대학국장, 국방부 관리정보담당관, 안전기획부 전산과장, 정무2수석비시설 정무비서관, 경제수석비서실 전산원 대표 등이 실무위원이었다.

5월 27일 오전 청와대 전두환 대통령은 김성진 전산망조정위원장과 위원 등에게 임명장을 주었다. 위원은 문희갑 경제기획원 차관, 이상희 내무부 차관, 오명 체신부 차관, 권원기 과학기술부 차관, 김찬재 문교부 차관, 정영의 재무부 차관, 홍성좌 상공부 차관, 장기오 총무처 차관, 황인수 국방부 차관, 강우혁 청와대 정부제1수석비서관, 사공일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윤옥영 안전기획부 기획실장, 김재윤 한국은행 부총재 등이었다.

전산망조정위원회는 이날 청와대 신관회의실에서 제1회 조정위원회를 열었다. 김성진 위원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는 조정위원회 운영규칙(안)과 행정잔산망용 다기능 사무용기 개발계획(안) 등을 심의했다.

7월 15일 오전 10시 청와대 대회의실에서는 전두환 대통령 주재로 제1회 국가전산화확대회의가 개최됐다. 회의에는 김정렬 국무총리, 김성진 전산망조정위원장, 각 부 장관과 차관, 국회 상임위원장, 경제4단체장, 산업계와 언론계 대표, 전산 전문가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전두환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부는 정보화 고속도로로 불리는 국가전산망 구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다가올 정보화 시대에 우리가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국가전산화 사업을 신속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 대통령은 “전산화 사업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일은 이용자에 대한 컴퓨터 교육”이라면서 “공무원이나 은행 등 공공기관 직원은 물론 모든 국민이 컴퓨터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이를 잘 이용할 수 있도록 국민 컴퓨터교육을 효과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의는 홍성원 청와대 비서관이 국가전산화 기본계획, 장기오 총무처 차관이 행정전산망, 권원기 과학기술처 차관이 교육연구망, 김재윤 한국은행 부총재가 금융망 구축계획을 차례로 보고한 가운데 5대 전산업무망 시범행사 순으로 진행됐다.

홍성원 비서관은 국가전산화 기본계획에서 “국가전산화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 편한 국민생활, 높은 기업생산성 실현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면서 “2000년대 초까지 국가전산화를 달성하겠다”고 보고했다.

홍 비서관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우리는 정보산업이 미약하다. 컴퓨터 보급률의 경우 미국은 우리의 287배, 일본은 49배에 달한다”면서 “정보산업과 국가전산화에 국가 차원의 육성과 투자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기오 총무처 차관은 행정전산망 추진계획 보고에서 “지난 5월 전국 43개 직업안정기관을 연결하는 취업알선전산망을 구축해서 서비스하고 있으며, 오는 10월까지 자동차 관리업무를 전산화해 전국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면서 “1988년까지 전국 동·면사무소에 1만 782대의 행정전산망을 다기능 단말기를 보급하고, 1991년까지 355억원을 들여서 행정전산망용 주전산기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권원기 과학기술처 차관은 교육연구전산망 추진계획보고에서 “1989년까지 국립종합대학 간 교육망과 대덕연구단지 연구소를 연결하는 연구망을 구축한 뒤 1996년까지 전국의 모든 대학과 정부 연구소, 민간연구소를 연결하는 전산망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권 차관은 “이를 위해 자율학습, 통계분석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고 학습연구와 과학기술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재윤 한국은행 부총재는 금융전산망 추진 보고에서 “오는 12월부터 고객이 집에서 전화기를 통해 예금잔액을 확인할 수 있는 전화 조회 자동금융시스템을 운영하고, 내년 1월부터는 현금카드만 있으면 어느 은행에서나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현금자동인출 공동망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총재는 “은행 간 자동결제시스템을 구축해서 금융기관 간 결제를 내년 1월부터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하고, 1988년 10월부터는 은행이나 지역과 관계없이 송금 및 추심을 즉시 처리할 수 있게 할 방침”이라면서 “1990년까지 기업과 은행 간 전산망을 구축, 사무실에서 은행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한 분야별 전산망 추진계획은 정보화 시대로 가는 야심 찬 미래 청사진이었다.


이현덕 대기자 hd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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