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돌풍에 이어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준 충격은 작지 않다. 미국 식품의약청 승인을 얻어 인간의 뇌에 초소형 칩을 이식해 컴퓨터에 연결하는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대상은 사지 마비 장애인이다. 생각만으로 컴퓨터, 휴대폰을 작동하고 네트워크에 연결한다. 인간의 미래를 바꾸려는 뉴럴링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창의 제1단계는 도구와 기계다. 인간의 신체활동을 외부에 확장하는 기술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근육과 뼈를 키우지 않았다. 도끼, 농기구 등 도구와 트랙터 등 기계를 만들어 삶에 이용했다. 증기기관, 교통체계, 정보통신시스템 등 공동체 인프라를 만들었다. 작동과정과 결과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미리 통제할 수 있기에 가능했다.
창의 제2단계는 인공지능(AI)이다. 인간의 정신활동을 외부에 확장하는 기술이다. 검색, 생성 등에 활용되는 범용 AI는 삶에 많은 편익을 준다. 그러나 AI는 딥러닝 구간을 거치면서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알 수 없다. 위험을 예측하고 평가하기 어렵다. 공동체의 논의와 더불어 윤리와 법령으로 통제하며 발전시키고 있다.
창의 제3단계는 인간 자체의 신체능력을 지원하는 기술이다. 기술발전에 따라 컴퓨터 화면 클릭 등 단순 동작만으로 기계, AI를 활용할 수 있다. 육체노동이 줄면서 일과 운동이 분리되었다. 신체능력을 유지하려면 일터를 벗어나 피트니스센터를 찾거나 등산, 수영 등 운동을 따로 해야 한다. 신체능력 보강을 위한 의학, 약학, 과학의 발전도 눈부시다. 질병 조기 발견과 치료, 영양제와 식이요법, 재활의학, 장기이식, 인공장기 등 다양하다. 오랫동안 일을 하기 위해선 신체 약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기술도 많아진다. 기술 이용에 몸과 힘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그 대신 화면 클릭, 버튼 등 단순 동작의 인터페이스는 얼굴, 홍채, 지문 인식 등으로 진화한다. 타인 또는 AI가 쉽게 도용할 수 없게 식별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인터페이스는 휴대폰을 넘어 링, 워치,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안경, 이어폰, 헤드셋 등으로 다양성을 높이며 발전한다. 서비스의 품질, 수준,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뉴럴링크 등 인간의 뇌 등 몸에 초소형 칩을 심어 컴퓨터와 휴대폰 등 기기를 움직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신체장애에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기술 이용방식의 단순함은 인간 고유의 신체퇴화를 가속할 수 있다. 인간의 두려움은 영화 등 예술에 고스란히 표현된다. 슈퍼맨, 원더우먼 등 영화는 강력한 신체를 가진 인간에 대한 향수와 동경을 담고 있다. 3단계의 위험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인간을 실험체로 쓸 때에는 존엄과 가치를 기본으로 해야 한다. 신체를 인터페이스로 활용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신체 안에 장착되고 네트워크까지 연결된다면 생명, 신체, 재산의 안전, 사생활 등 권리를 침해할 위험이 있다. 위험을 분석하고 안전을 검증해야 한다. 윤리, 법령에 더하여 기업의 의무와 고객의 권리를 정립해야 한다. 건강한 신체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개인의 영역을 벗어나 국가가 나설 수밖에 없다.
창의 제4단계도 있을까. 기술이 발전하면 편리하지만 갈수록 작동원리를 알기 어렵다. 일자리는 AI가 차지한다. 인간관계는 멀어지고 그 사이를 기술이 비집고 들어온다. 기술 발전에 따른 인간 소외는 불안과 공포 등 정신 약화로 이어진다. 도박, 알코올, 마약 등 약물에 의존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제4단계는 인간 고유의 정신능력을 극적으로 고양하는 기술이어야 한다. 그래야 기술과 위험도 통제할 수 있다.
눈앞의 이익에만 매몰되어 통제할 수 없는 기술을 고민 없이 받아들여선 안된다. 위험과 고통에 자리를 내준 뼈아픈 역사를 되새겨야 한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강인한 인간정신이 필요하고, 인류친화적 창의로 뒷받침해야 한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혁신과 공존의 신세계 디지털'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