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는 여건이 어렵지만 앞으로 노력을 하기에 따라 WTO 위상이 좀 더 빠르게 정상화되는 가능성을 이번에 투자원활화 협정을 통해 봤다.”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2일 폐막한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MC-13) 백브리핑에서 6일 이 같이 밝혔다.
MC-13은 아랍에미리트연합 아부다비에서 지난 달 26일부터 6일간 열렸다. 정 본부장은 이번 회의 최대 성과로 한국과 칠레가 주도하고 124개 국가가 참여한 개발을 위한 투자원활화 협정(IFD) 타결을 꼽았다. 지난달 25일 IFD 타결을 선언하는 공동각료 선언을 발표하고 WTO 법적 체제 편입을 요청한 바 있다.
정 본부장은 “부속서로 채택이 안돼 아쉽지만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한국이 처음으로 다자규범을 주도적으로 만들고 협정 주제 역시 한국의 개발 경험이나 투자 유치를 위한 정책으로 이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전자적전송물 무관세 관행(모라토리움) 연장 합의 도출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 본부장은 “이번 회의에서 모라토리움 연장 허용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다행히 2년후 혹은 차기 각료회의가 열리는 시점까지 지속하기로 합의했다”며 “문건상으로 종료된다고 됐지만 지금까지 관행으로 본다면 앞으로 연장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전자전송물 모라토리엄을 오는 2026년 14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까지 연장키로 했다. 일부 개도국들의 반대가 거셌지만 극적으로 합의한 것이다. 찬성국은 미국, EU 등이며 반대국은 인도, 남아공,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국가다. 특히 이번 합의문에는 '각료회의나 일반이사회에서 달리 결정하지 않는한 만료(expire) 된다'는 단서 조항을 없앴다.
산업부 관계자는 “단서 조항을 없앤 데 대해 치열한 타협의 산물로 봐야한다”며 “2년 연장에 방점을 두고 이 기간 다른 채널을 통해 긴밀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업협상, 수산보조금 2단계 협상에서도 회원국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다자협상 성과 도출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농업의 경우 공공비축(Public Stock-Holding), 협상 시한 등에 대한 선진국과 개도국 간 입장 차가 큰 상황이다. 개도국의 식량 안보 목적의 시장가격지지 공공비축을 허용하는 것에 대해 인도를 포함한 개도국, 아프리카 등 최빈개도국은 찬성하고 있지만 선진국은 반대하고 있다. 수산보조금은 과잉능력·어획에 기여하는 보조금 규율 제정에 대해 국가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됐다.
분쟁해결제도 개혁과 관련해선 회원국은 지난 제12차 각료회의 이후 비공식 논의를 통해 도출된 문안을 토대로 연말까지 분쟁해결제도 정상화를 위한 논의를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선 코모로·동티모르의 가입이 승인돼 WTO 회원국이 총 166개로 확대됐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