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플랫폼 혁신 막는 총선발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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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근 정치정책부 기자

올해 초 플랫폼 업계는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한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때문이다. 시장지배적 플랫폼을 사전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 법으로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등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들은 리스크 대응에 집중했다. 다행히 지난달 공정위가 플랫폼법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뜻을 밝히면서 업계는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플랫폼 업계 규제 리스크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의 배달 수수료 논란이 불거졌다. 외식 물가가 오른 데에는 배달비 상승이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반은 맞는 말이다. 외식업주가 높은 물가를 '고객 부담 배달비'로 전가하면서 배달비 상승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배민, 쿠팡, 요기요 등 배달업체들은 정작 2021년 이후 배달 수수료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배달업계는 최근 배달 수수료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이 같은 플랫폼 규제 기류는 올해가 총선의 해라는 점과 무관치 않다. 선거가 있는 해에는 정치권에서 의례적으로 '서민, 소상공인을 위협하는 플랫폼'이라는 프레임을 꺼내든다. 표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도 선거를 앞두고는 공익보다는 큰 이익단체의 목소리가 더 커지는 일이 반복되곤 해왔다.

이런 와중에 유념해야 할 것은 우리나라가 미국을 제외한 토종 플랫폼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사실상 유일한 국가라는 점이다. 글로벌 플랫폼 산업은 구글, 메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거대 플랫폼 기업이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이들과 국경 없는 경쟁을 벌여야 한다.

문제는 규제가 토종 플랫폼 기업의 혁신 역량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한 기업의 생사를 결정할 수도 있다. 정치권이 섣불리 생각해선 안 된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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