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수능 시행 이후, 자연 계열 수험생이 선택과목 표준점수에서 우위를 점하며 인문계열 모집 단위로 교차지원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24학년도 정시에서 이런 교차지원 비율은 통합 수능 도입 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진학사 점수공개 서비스 이용자 기준, 2024학년도 정시에서 인문계열 지원자 중 과탐을 응시한 학생 비율은 28.6%로 집계됐다. 2023학년 27.0%보다 높은 수치로, 통합수능 이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진학사는 과학탐구 응시자를 자연 계열 학생으로 가정했다. 통합 수능 이후 수학 선택과목에 따른 표준점수 차이로 인문계열이지만 전략적으로 미적분·기하를 응시하는 수험생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인문계열에 지원한 수험생 중 46.6%는 자연 계열이었다. 2023학년도 54.4%보다 7.8% 감소한 수치다. 자연계열 과탐 Ⅱ 필수 응시 조건이 폐지와 의대 모집 정원 확대 등으로 자연 계열 수험생이 인문계열 교차지원보다는 상향 지원을 택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연세대 역시 교차지원 비율이 2023학년도 67.3%에서 2024학년도 53.1%로 감소했다. 반면 고려대는 46.7%에서 59.3%로 증가했다. 이는 탐구영역 변환표준점수(이하 변표) 영향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연세대와 고려대의 교차지원 비율은 각각 다른 추세를 보였다. 연세대는 2023학년도 67.3%에서 2024학년도 53.1%로 감소했고, 고려대는 46.7%에서 59.3%로 상승했다. 각 대학의 탐구 영역 변환표준점수(변표) 적용 방식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는 2024학년도 정시에서 사탐·과탐 구분 없이 통합 변표를 활용했다. 반면 고려대는 사탐과 과탐에 각기 다른 변표를 적용해 과탐 응시자가 더 높은 점수를 가져갔다. 더불어 탐구영역 반영 비율도 높아(연세대 16.7%, 고려대 28.6%) 과탐을 응시하는 자연 계열 학생의 교차지원이 더 많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서강대와 한양대 교차지원도 감소했다. 두 학교는 통합 수능 실시 첫해 이후 꾸준히 교차지원 비율이 감소하고 있다. 다만 비율 자체는 높은 편으로, 교차지원 절대량은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상위 대학 중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곳은 성균관대다. 교차지원 비율 20%대에 머물렀던 성균관대는 2024학년도 57.9%로 크게 늘었다. 통합 수능 초기 탐구영역 변환표준점수를 사탐에 더 높게 책정했지만 2024학년도 과탐 변표를 더 높게 적용하며 자연계 수험생의 교차지원 움직임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소장은 “2025학년도에도 현재와 같은 교차지원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2025학년도 정시에서는 경희대, 연세대 등 일부 대학에서 인문계열 지원자 중 사탐 응시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며 교차지원 양상에 다소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하정 기자 nse03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