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중요한 두 축인 수출과 내수가 엇갈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출은 회복세가 뚜렷한 반면에 내수는 여전히 부진한 양상을 보여 경기침체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와 주요국 대선 등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더해지며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선제적으로 투자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할 우리 기업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이를 입증하듯 최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조사에 따르면, 올해 연구소 보유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와 인력채용이 전년보다 위축될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성장의 구심체인 기업 R&D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국가 성장에서 R&D의 중요성은 201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로머 뉴욕대 교수에 의해 입증됐다.
자본과 노동의 투입만으로 빠르게 성장하던 경제는 일정 수준에 이르면 성장이 현저히 느려지며 정체된다. 이때 경제의 지속성장을 이끌어내는 변수가 기술이다.
기술 또는 지식, 창의적 아이디어가 경제 외부에서 결정돼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경제주체의 동기에 의해 내부에서 만들어져 생산활동에 투입, 경제성장의 엔진이 된다는 것이다.
즉 R&D와 인적자본 투입을 통해 새로운 지식과 기술혁신의 내생적 성장이 일어나면 경제의 지속성장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공격적 R&D를 지향하는 글로벌 기업은 R&D 핵심인 인재 영입을 위해 국경을 넘나드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혁신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한발 앞선 투자가 필요하며, 이를 구현하는 모든 과정이 결국은 '사람'에 달려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이를 책임지는 역량 있는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R&D는 성공여부 및 성과를 바로 확인하기 어렵고 연구인력 능력을 어떻게 끌어낼 수 있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진다. 따라서 이를 이끄는 기업 CTO는 기술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 의사결정권이 높은, 경영능력을 갖춘 혁신 리더십 보유자여야 한다.
과거와 달리 시시각각 변화하는 기술의 골든타임은 너무나 짧다. CEO가 모든 기술 환경을 파악할 수 없기에, 기업 생존과 직결되는 R&D 전략수립에 있어 근거리에서 보좌하는 CTO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IBM 기업가치연구소가 전 세계 3000명의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7%가 조직에 영향을 미칠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기술'을 선택했고, 2~3년 내 기업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최고 경영진으로 최고재무책임자에 이어 CTO를 뽑았다. 글로벌 기업의 경영환경에서 CTO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 알 수 있는 단면이다.
R&D가 경기침체 돌파의 단초로 작용되는 시대에 이를 총괄하는 CTO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기업혁신의 선봉에 서있는 CTO의 역량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축적된 기술 경험과 더불어 리더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교육도 필요하다. 국가 차원에서 이와 같은 교육을 지원한다면 우리 산업계 내 축적된 지식 전파를 통한 내생적 성장 유인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과거 산업 패러다임 변화기에 도전적 결단을 통해 기술경쟁력 우위를 확보했던 디스플레이, 조선, 철강 신화는 리더의 결단으로 시의적절한 R&D가 이뤄졌기에 가능했다.
우리는 잘못된 방향설정으로 시장에서 도태한 글로벌 기업 사례를 수 차례 봐왔다. 이 찰나에도 국가 간 총성 없는 기술패권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과 같은 AI 대전환기에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역량 있는 R&D 리더의 주도가 필요하다.
구자균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회장 Koita9000@koi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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