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공천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친문(친 문재인)계 핵심으로 꼽히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공천 배제 결정과 관련해 민주당 지도부에 철회를 요청했다. 탈당이나 무소속 출마 등 추가 대응도 시사했다. 아울러 비명(비 이재명)계 설훈 의원은 탈당을 선언하며 이 대표를 '연산군'에 비유했다.
임 전 비서실장은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승리를 위해 서울중·성동갑에 대한 전략공관위원회는 추천의결을 재고해 달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열린 최고위에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서울중·성동갑에 전략공천을 의결하고 이를 차기 당무위 안건으로 부의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해당 지역 출마자로 전 위원장을 낙점함에 따라 임 전 실장은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된 셈이 됐다. 임 전 실장은 해당 지역에서 16~17대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다.
임 전 실장은 당 지도부에 해당 결정에 재고를 요청했다. 임 전 실장은 “이번 총선을 중구성동갑에서 시작하면서 다시는 당원들의 손을 놓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유권자 지형이 무섭게 변했고 해당 지역은 대표적인 약세 지역”이라며 “감동이 있는 통합을 통해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 중·성동갑을 전략지역구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임 전 실장이 당 지도부 요청을 따르지 않은 탓이다. 아울러 비슷한 요청을 개진한 다른 후보자들과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인해 지도부가 임 전 실장에 호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실장은 중·성동갑 지역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탈당이나 제3지대 합류, 무소속 출마 등을 시사하기도 했다. 임 전 실장은 “(지역구를 옮긴다는) 그런 고민은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또 “정치는 생물”이라며 추가 대응 가능성도 열어놨다.
그동안 이재명 대표와 공개적으로 각을 세워왔던 비명계 5선 설훈 의원도 결국 이날 탈당을 선언했다. 설 의원은 무소속 출마와 새로운미래 합류 등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설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는 연산군처럼 모든 의사결정을 자신과 측근과만 결정한다. 의사결정에 반하는 인물은 모두 쳐내며 이 대표에게 아부하는 사람만 곁에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야당발 공천잡음을 총선 이후 민주당 내 당권 다툼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비명계가 총선 이후 결집해 당권에 도전할 수도 있다는 관측에서다. 특히 그동안 비명계가 한목소리로 친명계에 대응하지 못했던 점을 고려하면 공천 잡음은 예고된 것이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임 전 실장은 비명계 당권 도전설을 부인했다. 임 전 실장은 “총선이 잘못되면 모든 것이 끝난다. 총선에서 패한다면 민주당이 간판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