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밸류업 지수·ETF 출시
23개 업종별 투자지표 마련
현황·목표·계획·이행평가 등
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 발표
정부가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오는 7월부터 상장사들에게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스스로 세워 공시하도록 한다. 주주환원과 기업가치 제고에 적극 나서는 기업에게 다양한 포상과 세제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유인책을 제시했다.
시장 반응은 기대만 못하다. 세제혜택에 대한 세부 내용이 담겨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초안을 공개한 가이드라인도 강제성 없는 권고 조항에 그쳐서다. 시장의 차가운 반응에 정부는 '긴 호흡'으로 중장기 관점에서 노력해야 할 과제라며 참여자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했다.
◇상장사 스스로가 진단부터 평가까지…“이사회 중심으로 주주가치 문화 존중 방점”
정부가 26일 발표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기본 원칙은 기업 스스로가 중장기 관점에서 각 기업에 적합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유가증권시장, 코스닥 상장사 모두 적용된다. 그간 거수기 수준에 불과했던 이사회의 역할도 크게 강화하는 방안을 담았다.
금융위원회 및 한국거래소가 이날 공개한 '기업가치 제고계획 수립 가이드라인'에 따라 2300여개 상장기업은 앞으로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연 1회 자율로 공시해야 한다. 자산 5000억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는 매년 공시하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여부 및 투자자와 소통 노력을 추가로 기재하도록 했다.
공시에 기재할 내용은 △현황진단 △목표설정 △계획수립 △이행평가·소통 등 4가지다. 먼저 기업이 자본비용과 자본수익성, 지배구조 등을 다각도로 파악해 기업가치가 적정수준을 스스로 평가하는 현황 진단이 시작이다. 수익성과 성장성, 시장평가, 주주환원 등 투자 지표는 물론 사업포트폴리오 현황부터 수익구조, 경쟁력과 취약점 등 사업구조까지 다각도 진단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최소 3년 이상의 중장기 목표를 제시하고, 구체적 목표 수준과 도달 시점을 설정하는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 수익성 제고 계획, 주주환원 계획, 지배구조 개선 계획 등 개선 계획이 동반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계획 수립 이후에는 최종 이행 평가와 소통까지 총 4단계의 절차를 거쳐 각 기업이 스스로 추진해야 한다. 전년도 계획에 대한 이행 및 평가는 공시 2년차부터 적용된다. 계획 수립과 이행의 모든 절차는 이사회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앞서 일본 도쿄거래소의 증시 개편을 벤치마킹한 조치다. 도쿄거래소 역시 지난 2022년 4월 시장체제 개편을 단행하면서 프라임·스탠다드 시장 상장 법인을 대상으로 자본효율성을 매년 점검하도록 했다. 정부의 이번 대책과 마찬가지로 기업이 자발적으로 별도 양식 없이 경영계획과 전략, 재무실적 등을 단계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실제 일본 증시에서 시가총액 2위를 달리는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은 통합보고서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방안을 공시하면서 배당성향을 40%까지 확대하는 주주환원책은 선보였다. 2022년 이후 연간 4500억엔 이상의 자사주 취득 계획도 발표했다. 이같은 지속적인 주주환원책을 바탕으로 MUFG 주가는 지난 22일 전년 대비 52.78% 상승했다.
금융당국 역시 일본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기업의 자발적 주주환원 활동을 긴 호흡에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본 도쿄거래소 사례를 참조하되 우리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실효성 확보를 위해 가이드라인 보완 및 참여 인센티브와 지원체계를 강화하는 것”이라면서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가치 존중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지속 보완·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 2300개사 기업가치 노력 순위 매겨 공표
상장사의 기업가치 개선 노력과 성과를 투자자가 쉽게 평가하고 투자 판단에 활용할 수 있는 수단도 확충한다. 우선 한국거래소에서 3분기 중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수익비율(PER), 자기자본이익률(ROE), 배당성향, 배당수익률 등 주요 투자지표를 고려해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기업으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발표한다. 이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상장지수펀드(ETF)도 4분기 중 출시한다.
지수는 기업가치 우수 기업을 중심으로 하되, 계량·비계량 항목에 대한 종합평가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가 기대되는 기업도 편입한다.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해 표창을 받은 기업도 지수 편입 대상에 포함된다.
스튜어드십코드에도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반영한다. 기관투자자가 상장사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투자 판단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타인의 자산을 관리하는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행동지침이다.
투자자들이 보다 손쉽게 기업가치 제고 활동을 확인할 수 있도록 투자 지표도 비교 공표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기준 코스피 809개, 코스닥 1598개사를 대상으로 분기별 투자 지표를 거래소 홈페이지에 공표한다. 시장별, 업종별로 주요 투자지표별 순위를 매겨 어느 기업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했는지 면밀히 파악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글로벌산업분류기준(GICS)에 따라 총 23개 업종을 구분해 순위를 집계한다. 상반기 중으로 시스템 개발을 완료해 공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전담 추진체계도 갖춘다. 거래소 내에 1부 2팀으로 전담부서를 신설해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중장기 과제로 지속 추진한다. 기업가치 제고계획 모니터링 및 정기 평가·분석 업무, 자문단 지원, 인센티브·지원 사업 운영 등을 총괄한다. 다양한 시장참여자와 소통할 수 있는 밸류업 자문단도 다음달 중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 보완·업데이트부터 정기 평가보고서 검수 등 시장 반응을 수렴하는 역할을 맡는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