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6일 대전을 찾아 과학자의 안정적 연구환경 조성을 위한 지원책을 약속했다. 이공계 학비를 전폭 지원하는 한편, 대전이 명실상부한 '과학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광역급행철도와 철도 지화하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대전 유성구 ICC호텔에서 '대한민국을 혁신하는 과학 수도 대전'을 주제로 12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대전을 과학 메가폴리스로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제2대덕연구단지 조성과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 개통 등에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젊은 과학자의 안정적인 연구환경 조성을 위한 '대학원생 연구생활장학금' 도입 등 전폭적인 지원 방침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우리 이공계 학생들이 학비나 생활비 걱정을 덜고 학업과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과학기술계 20년 숙원인 대학원생 연구생활장학금 지원을 본격 시작하겠다”며 “국가 연구개발에 참여하는 모든 전일제 이공계 대학원생들에게 석사는 매월 최소 80만원. 박사는 매월 최소 110만원을 빠짐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부생만을 대상으로 대통령 과학 장학생을 선발해 왔는데 이번엔 대학원생까지 대상을 확대하고 장학금 규모도 1인당 연평균 2500만원 수준으로 지급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연구개발(R&D) 예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가 연구개발 시스템을, 민간이 하기 어려운 원천 기술과 또 실패를 상관하지 않는 도전적·혁신적 R&D(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와 예산을 개혁해 나가고 있다”며 “이러한 혁신 과정에서 지원이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염려하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고 확실하게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또 “미래 세대 과학 연구자들이 그야말로 연구와 학업에 매진할 수 있게 해 주는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기존엔 교수가 제자들을 모은 뒤 산학 연계 프로그램을 받아 그것으로 학생 인건비를 써왔다면, (이제는) 기초를 정부가 재정으로 깔아줘서 더 튼튼하게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소재 16곳을 비롯해 26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최근 공공기관에서 해제된 점도 거론하며 출연연 시스템 혁신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기관 간 벽을 허물고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교류하며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며 “우수한 연구자들을 유연하게 채용할 수 있도록 보상 체계와 조직, 인사 운영 체계도 업그레이드해달라”고 당부했다.
대전 인프라의 대대적인 혁신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산업단지 조성과 함께 연구 개발 특구로도 지정해서 세제 혜택과 정부의 재정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확실히 하겠다. 기존의 1특구와 신설되는 2특구를 모두 묶어 나노, 반도체, 바이오, 우주항공, 방위산업 등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클러스터를 만들겠다”고 했다.
또 “대전의 과학기술 성과를 확산시킬 수 있도록 접근성과 연결성을 높이겠다”며 “대전의 과학기술, 세종의 행정기능, 청주의 바이오 반도체 산업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광역교통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대전-세종-청주 CTX를 언급하며 “충청 CTX는 민간투자 신청이 이미 들어와 있기 때문에 정부가 빨리 검토해서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 올해 4월 민자사업적격성 조사에 착수하고 완료되는 대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임기 내 사업을 조기 착수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대전을 교통 요지로 만들었던 경부선과 호남선 철도가 지금은 대전을 동서로 단절하고 도시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됐다”며 “경부선 신대동 옥천 구간, 호남선 오정동 과수원 구간 철도를 조속히 지하화하고 상부는 상업 주거문화가 융합된 공간으로 바꿔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내년 철도 지하화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26년부터 대전 철도 지하화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하는 등 착공 기반을 제 임기 내에 반드시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