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세계 최초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 양산 테이프를 끊었다. 대만 배터리 전문 업체인 프롤로지움은 23일 대만 북부 타오위안에서 준공식을 갖고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 생산 라인 가동을 알렸다.
420억대만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1조8000억원이 투입된 이 공장은 연간 전기차 1만4000대 분량의 전고체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0.5GWh)을 갖췄다. 향후에는 2만6000대 분량 규모(2GWh)로 확대할 방침이며, 이 대만 공장을 기반으로 삼아 2027년 프랑스에 대규모 전고체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이 고체여서 구조적으로 안정됐고 인화성 물질을 포함하지 않아 발화 가능성도 적다. 배터리의 가장 큰 취약점인 화재 위험성이 낮은데다, 더 많은 에너지 저장이 가능해 전고체 배터리를 '꿈의 배터리'로 부른다.
그동안 전고체 배터리는 한국과 일본의 경쟁구도처럼 보였다. 차세대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기 일본은 도요타를 필두로 특허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고, 토요타는 실제로 2027년 대량 양산을 목표로 내세웠다. 우리나라는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SK온 배터리 3사를 중심으로 자체 개발 또는 해외 기술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냈다.
삼성SDI가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시험) 라인을 가동하는 등 빠르게 움직인 듯 했으나 대만이 첫 상용화 기록을 가져갔다. 프롤로지움 측은 연내 전고체 배터리가 탑재된 차가 출시될 가능성도 열어뒀다.
프롤로지움 전고체 배터리의 성능과 생산성을 차지하더라도 이는 국내 배터리 산업에 켜진 경고다. 가뜩이나 한국 배터리는 전기차 수요 둔화와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공세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저가품 취급하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수요가 커지자 뒤늦게 대응에 나섰고, 국내 기업이 집중하던 고성능과 차세대 배터리 분야까지 예상치 못한 경쟁자에 선두를 뺏긴 형국이다.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최근 전기차 시장 둔화로 실적이 악화되면서 수익성 확보를 최대 화두로 삼고 있다. 비용 절감이 연구개발(R&D) 후퇴로 이어져선 안 된다. 배터리는 모빌리티나 친환경 등 미래 첨단 산업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떠오르면서 반도체 만큼이나 국가대항전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도 과감한 R&D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