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LG 협력, 디스플레이 주도권 회복 기폭제 돼야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간 디스플레이 협력이 본격 확대된다.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에서 받고 있는 액정표시장치(LCD) 물량을 늘리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도 다양한 크기 제품을 공급 받기로 했다. 시황이 변수가 되겠지만 올해 삼성이 LG에서 구매하는 LCD는 500~600만대, OLED는 70~90만대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LCD의 경우 지난해보다 20%, OLED는 25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그동안 그룹 내 계열사간 경쟁관계 때문에 큰 접점이 없었다. 그러다 TV 중심의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 변화가 생기면서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중국 업체들이 LCD 시장을 장악하면서다. 삼성은 레드오션이 된 LCD를 대체하기 위해 퀀텀닷(QD)-OLED와 마이크로 LED를, LG는 화이트(W)-OLED를 차세대 제품으로 준비했지만 시장 전환이 더뎠고 중국산 LCD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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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LG의 협력을 냉정히 보면 양사 이해관계에 따른, 상호 필요에 의한 것이다. 삼성은 LCD와 OLED를 안정적으로 수급하기 위해, LG디스플레이는 고객 확대를 위해 테이블에 앉았다.

그러나 양사 협력의 의미는 '사업적인 것' 그 이상이다. 세계 1위 TV 업체와 세계 1위 대형 OLED 업체 간 힘을 모으는 것이어서 우리나라가 잃었던 대형 디스플레이 주도권을 되찾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한국은 2004년 일본을 제치고 17년간 디스플레이 세계 1위를 지켜왔다. 그러나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고 LCD를 육성한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2021년 중국과 한국의 점유율은 각각 41.3%, 33.3%로 뒤집혔다. 이후 중국은 2022년 42.5%를 차지하며 계속 1위를 달리고 있고, 한국은 2위에 머물러 있다.

뒤집지 못한 건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다. 시장 영향력이 부족해서다. LG가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을 독자적으로 개척하다보니 한계가 있었다. 삼성도 중소형 OLED에만 집중했다.

세계 최대 TV 업체인 삼성이 이제 QD-OLED 뿐만 아니라 LG디스플레이 W-OLED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OLED TV 사업을 전개할 채비를 하는 만큼 대형 디스플레이 패러다임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과 LG가 국가 디스플레이 산업 경쟁력 복원이라는 강한 책임감으로 협력 확대를 추진하길 기대한다. OLED를 하지 않겠다던 과거 발언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 이미 삼성도 QD-OLED를 하고 있지 않은가. BOE가 세계 최대 LCD 업체가 된 건 중국 정부 지원도 있지만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국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구매한 영향도 컸다. 이젠 달라질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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