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총선을 앞두고 성급한 입법은 K콘텐츠를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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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최근 온라인 플랫폼과 디지털 콘텐츠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추진 중인 '플랫폼 경쟁촉진법(플랫폼법)'과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회에서 추진 중인 '문화산업의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안(문산법)'까지 21대 국회 막바지에 졸속 입법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플랫폼법은 아직 구체적인 법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플랫폼 업계에 대한 사전 규제라는 측면에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한편 문산법은 게임, 영화, 드라마, 음악, 만화 등 새로운 수출전략 산업인 K콘텐츠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매우 포괄적인 규제 법안이다. 이런 성급한 입법이 K콘텐츠를 비롯한 플랫폼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문산법은 고 이우영 작가의 안타까운 사망을 계기로 작년 3월 급하게 입법이 추진됐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소관 법률과의 중복 규제 및 규제 관할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계류됐다. 하지만 21대 국회 막바지 입법 실적을 위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문산법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낮았으나, 통과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업계와 창작자 단체에서 구체적 내용을 인지하기 시작했고, 줄이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웹툰 작가, 기업, 학회 등 웹툰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 움직임이다. 이들은 법안이 의견 수렴 등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고, 산업 특성과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포괄 규제로 산업 정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공동 성명을 낸 반면, 출판 협회는 법안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는 것이다. 문산법의 입법 목적 핵심은 '창작자에 대한 출판사의 저작권 양도 강요 등 갑질 방지'였지만, 오히려 을의 입장이던 창작자는 속도 조절을 외치고, 갑의 입장이던 출판사는 조속 통과를 외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연출된 원인은, 법안이 명분만을 내세워 구체적 법조문에 대한 정교한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저작권 양도 강요 금지' 조항의 수범자에 형설앤과 같은 출판사가 포괄되는지 여부가 모호한 상태로 입법 추진되고 있다. 요컨대, '검정고무신법'이 검정고무신 사태를 예방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또 출판협회는 문산법 지지 성명에서 판매 촉진비, 가격 할인 등 비용 전가가 창작자와 출판사 모두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이를 금지하는 해당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그러나 필자가 포함된 연구팀에서 과거 카카오페이지의 '기다리면 무료' 데이터를 실증 분석한 결과, 무료 이용권을 적용하면 작품의 유료 열람 횟수가 만화는 11배, 소설은 36배 이상 향상됨을 발견했다. 출판협회 주장처럼 무료 프로모션으로 창작자 수익이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몇 십 배 이상의 유료 결제를 촉진해 창작자 수익 증진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도 문산법은 '합의에 의한 판매촉진'도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창작자가 출판사와 협의해 무료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경우에도 금지된다. 이는 창작자에게 궁극적으로 도움이 되는 프로모션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문산법의 허점과 모호함을 법률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에도, 문산법은 수정되지 않은 채 급하게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콘텐츠 기업, 창작자, 소비자, 학계의 우려 목소리에 대해 입법을 추진하는 정부와 국회는 일단 모든 콘텐츠 영역을 포괄하는 규제하는 법부터 만들고, 업계나 창작자들이 우려하는 부분들은 차후에 시행령으로 해결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안일한 입장은 입법의 가장 기본인 포괄입법금지 원칙을 위배한다. 또한, 과거의 사례를 볼 때, 법을 일단 한번 만들고 나면 되돌릴 수 없다. 그만큼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하고, 산업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매우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동안 입법 만능주의가 불러온 재앙을 인터넷실명제, 게임셧다운제, 타다금지법 등 수없이 많이 목격해 왔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smjeon@ga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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