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년기획] 글로벌 AI 산업 패권 노리는 美·中·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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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각국이 인공지능(AI) 생태계 패권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잇달아 뛰어들고 있다. AI가 반도체, 빅데이터, 로봇공학 등 첨단기술과 융합해 생산력을 극대화하면서 미래 산업을 위한 핵심 기술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대화형·생성형 등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방향으로 고도화한 AI는 국가안보와 국방을 좌우할 도구로도 주목받고 있다.

주요국은 AI를 기반으로 전통 산업을 혁신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서로 다른 산업과 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과 교육, 헬스케어 등에서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KOTRA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넥스트 무브 스트래지 컨설팅 조사를 인용해 오는 2028년 글로벌 AI 시장이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2023년부터 연평균 36.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가 급성장하는 AI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경쟁국의 다양한 AI 육성 정책과 활용 사례를 벤치마크, 발 빠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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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국 마우이에서 개최한 '스냅드래곤 서밋 2023'에서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언제 어디서든 AI를 지원하는 스냅드래곤 강점을 설명했다. 〈퀄컴 제공〉

◇미국-AI 융합 생태계 주도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AI를 활용하고 있는 국가로 꼽힌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은 물론 농업과 제조, 유통 등 전통 산업에 AI를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KOTRA 뉴욕무역관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AI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애그리텍(Agri-Tech) 기업 200여개가 현재 사업을 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다. AI,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농업의 연구개발(R&D)이 활성화하는 것은 물론 젊은 인재도 대거 유입되는 추세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식량 안보가 곧 국가안보로 이어지는 것을 경험하면서 농업의 중요성이 크게 두드러진데 따른 결과다. 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AI와 농업의 결합을 촉진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발표한 인플레이션방지법(IRA) 예산 중 10%인 400억달러를 농업에 배치했다. 워싱턴 D.C, 보스톤, 뉴욕 등 주요 도시는 도시농업을 지원하는 부서를 신설했다.

미국 제조업계도 'AI 혁신'을 위한 페달을 밟았다. 특히 제품 설계와 개발 분야에서 AI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생산 효율성 확대, 비용 절감. 품질 향상 등 일석다조(一石多鳥) 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AI 기반 분석 솔루션 전문업체 스파크코그니션, 매사추세츠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머신비전 시스템 전문업체 코그넥스, 뉴욕에 본사를 둔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전문업체 유니패스 등이 제조업에 특화한 AI 솔루션을 잇달아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이 시장분석업체 마켓앤마켓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미 지역의 제조업 관련 AI 시장 규모는 오는 2027년 56억달러를 형성할 전망이다. 2022년부터 5년간 연평균 47.6%에 달하는 초고속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봤다.

AI는 미국 유통산업에서도 맹활약하고 있다. KOTRA 댈러스 무역관에 따르면 미국 최대 유통기업으로 꼽히는 월마트는 협력사와의 구매 협상에 투입하는 인력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AI 챗봇을 도입했다. 협력사가 특정 요구하면 AI가 과거 가격 추세, 원재료 분석 데이터 등으로 수락할 수 있는 최고가를 제시하는 형태다.

아마존의 무인 매장 '아마존 고(Go)', 저가상품 유통채널인 달러 제너럴의 '계산대 없는 매장' 등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고객의 움직임을 감지해 도난을 방지하는 AI 카메라 등도 무인매장의 효율을 높이는 솔루션을 주목받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 내 헬스케어·교육 등에도 AI가 서서히 침투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영상 진단으로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거나 신약 개발에 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애리조나주립대, 조지아주립대 등은 AI를 강의에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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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학원(CAS) 산하 중국과학기술대(USTC) 장준 박사팀이 개발한 AI 로버 화학자. 〈네이쳐 NPG Press 유튜브 갈무리〉

◇중국-전방위 육성

중국은 AI 산업 육성에 국가 차원의 노력을 쏟고 있다. 미국과의 경쟁구도가 심화하는 가운데 AI를 국가경쟁력을 강화할 핵심 도구로 낙점해 집중적으로 육성한다.

중국정보통신연구원(CAIST)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중국 내 AI 핵심 산업 규모는 전년 대비 18% 성장한 5080억위안(약 92조4966억원)이다. 2013년부터 2022년 11월까지 누적된 세계 AI 발명 특허 73만여건 가운데 53%(약 39만건)에 달한다. 중국 내 AI 기업은 4000여개, 매출 규모는 5000억위안(약 91조원) 이상이라는 중국정보화부 통계도 있다.

영국 데이터 분석 업체 토터스인텔리전스는 지난해 투자·혁신·실천 등 3개 지표를 종합해 발표한 '글로벌 AI 지수'에서 중국을 2위에 올렸다. 중국은 정부 정책과 규제, 사회적 수용도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KOTRA 상하이 무역관은 “중국에서 AI와 산업의 결합은 전방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오히려 AI를 사용하지 않는 분야를 찾기 어려울 정도”라면서 “중국 정부는 국가 정책, 적극적 인재 모집, 대규모 R&D 자금 투입, 광범위한 빅데이터 확보 등으로 AI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7년 차세대 AI 발전 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2030년 AI 최강국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담았다. 2021년에는 2035년 장기 목표를 제시하면서 AI를 앞으로 완성할 7대 첨단과학기술 중에서 가장 상위에 올렸다.

지난해 5월 중국 공업화부는 2022년 기준 자국에서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한 스마트 커넥티드 자동차 판매량이 약 700만대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45.6% 늘었다. 시장침투율은 2021년 23.5%에서 34.9%로 상승했다.

자율주행은 중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이 시장 선점을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는 분야다. 중국에서는 바이두, 화웨이 등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 기업은 물론 샤오펑, 니오 등 완성차 기업이 속속 자율주행 시장에 뛰어들면서 상용화 속도를 높였다.

무역관은 “중국 중앙정부도 자율주행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관련 기술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면서 “지방정부도 이에 호응해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 시범 사업 정책 등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헬스케어 시장에서도 AI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도시와 지방 간 의료 불균형을 AI로 해결하기 위함이다. 중국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자국 내 의료용 AI는 전체 AI 시장에서 18.9%를 차지하고 있다. 의료 영상, 약물 개발, 보조 진단 등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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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이세돌 9단 대국장〈전자신문 DB〉

◇유럽-공격적 투자

유럽 내 주요국도 AI 시장에서 선두에 서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AI가 가져올 무궁무진한 부가가치를 겨냥한 선제 조치다.

영국은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AI 시장을 형성했다. 머신러닝 전문업체 '그래프코어', AI 기반 신약 개발기업 '배너블런트' 등을 보유한 국가다. 지난 2016년 이세돌 9단과 대결한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도 영국 출신이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자국 내 산업의 15%에 달하는 약 43만2000개 기업이 최소 1개 이상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데이터 관리·분석에서 가장 높은 활용도를 보였다.

KOTRA 런던무역관은 영국 정부의 지원이 AI 경쟁력 강화의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 2017년 산업전략 녹서·백서, 디지털전략 등을 발표하면서 자국을 AI 글로벌 혁신거점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대규모 자금을 AI 산업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영국 기업들이 2020년 AI 기업 활용에 지출한 비용은 약 167억파운드(약 27조6396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현재 영국에 있는 AI 기업은 3170여개다. 이들이 창출하는 매출은 약 10억6000만파운드(약 1조7543억원)다.

독일도 AI에 대한 적극적 투자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 2018년 AI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공지능 전략'을 마련하고 R&D와 응용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내년까지 총 50억유로(약 7조1743억원)을 투입한다.

독일 한 경제지는 프랑크푸르트 증시 DAX 지수에 상장한 40개 기업 중 30개를 대상으로 AI 활용도를 조사했다. 이 가운데 80%가 AI를 적극적 또는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70%는 AI가 향후 5년 내 자사 비즈니스모델을 바꿀 것이라고 답했다.

KOTRA 프랑크푸르트 무역관은 “독일은 (AI 관련) 기초 연구 분야에서 선두에 있으며, 다양한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해 자국 내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독일 기업들도 AI를 차세대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고 봤다.

스페인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AI 솔루션을 활발하게 도입하는 추세다. 스페인 전자통신정보사회연구소(ONTSI)에 따르면 스페인 전체 기업 중 AI를 도입한 비중은 2022년 기준 11.8%다. 전년과 비교해 3.5% 늘었다.

스페인 최대 슈퍼마켓 체인 메르카도라는 2021년 자국 스타트업 솔베르와 냉장고에 최적화한 예측 관리 시스템을 시범 운영했다. 글로벌 SPA(제조·직매형 의류) 기업 '인디텍스'는 AI로 생성한 모델에 자사 의류 브랜드 제품을 입힌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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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AI 지수(2023년 6월 기준) - 자료:토터스인텔리전스(Tortoise Intelligence)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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