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시장에서 '은행 달력'이 귀하게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이 달력을 사실상 대체했지만 은행에서 나눠주는 달력의 경우 집안에 돈을 불러온다는 속설이 있어 꾸준한 수요가 있다. 그런데 은행에서 달력 생산총량은 예전 대비 줄어들어 중고가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각 은행에서 발행한 2024년 달력이 중고시장에서 개당 3000~2만원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오프라인 은행 영업점을 찾았으나 재고 소진으로 달력을 찾지 못한 이들을 위해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일부 판매자는 무료 배포하는 각 은행 달력을 '싹쓸이'해 본격적으로 돈벌이에 나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은행 중에서는 광고모델로 가수 '아이유'를 확보하고 있는 우리은행의 달력의 인기가 높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달력 발행물량을 전년(44만부) 대비 63만개로 크게 늘렸다.
다만 전체 시중은행이 제작하는 달력 총량은 매년 감소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달력 생산에 종이가 많이 소모되는 만큼 자원 낭비로 여겨질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2019년에는 5대 시중은행이 약 790만부 제작한 것으로 집계됐으나 올해는 630부 수준으로 파악된다. 최근 제작되는 달력의 경우 친환경 종이를 활용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달력을 찾는 고객이 늘어나자 각 시중은행 영업점에 따라 배포 당일 거래가 있는 고객에 대해서만 달력을 지급도록 제한하는 곳도 늘어났다. 그마저도 1인당 달력 1부, 은행 임직원에 대해서도 3부 이하로 배포량을 제한하고 있어 '달력을 구해달라'는 민원도 들어주기 어려운 형편이다.
각 영업점 달력 재고 소진으로 헛걸음을 하는 고객을 위해 각 은행들은 온라인을 통해서도 달력 신청을 접수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부터 달력 신청을 받아 추첨을 진행했으며, 올해도 오는 15일까지 우리은행 원뱅킹 앱을 통해 신청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5000명을 추첨해 달력을 지급한다. 달력 온라인 마케팅을 위한 은행의 굿즈로 진화한 것이다.
KB국민은행 역시 지난해 2023년 달력 신청자를 받고 1만명을 추첨해 달력을 제공했다. 하나은행의 경우에도 지난해 하나원큐 앱을 통해 한정판 달력을 선착순 제공해 호응을 얻고 모바일 고객경험을 확장한 바 있다. 올해도 10월 말 2024 달력 증정 이벤트를 실시하며 마케팅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