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BM 투자 속도전

신규 HBM 라인 구축…내년 가동 목표
생산능력, 최소 두 배 이상 확대 방침
D램 영향력 확대·HBM 1위 수성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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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청주공장.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투자 속도전에 돌입했다. 청주 공장에 신규 HBM 라인을 구축, 내년 본격 가동할 방침이다. 생산능력 확대로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견고히 하면서 후발주자 추격을 따돌린다는 복안이다.

내년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이 올해보다 확대, 핵심 메모리인 HBM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선제적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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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 로드맵

4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청주공장 내 HBM 생산라인 증설을 위한 반도체 장비 발주를 개시했다. 실리콘관통전극(TSV) 본딩, 웨이퍼서포팅시스템(WSS) 등 HBM 양산에 필요한 장비 일체다. 한미반도체, 도쿄일렉트론(TEL), ASMPT 등이 핵심 장비 공급사로 거론된다. HBM은 대용량, 저전압과 고대역폭 성능으로 고성능컴퓨팅(HPC)·AI 반도체에 특화된 초고속 메모리 반도체다.

기존 HBM 생산기지인 이천공장 포화와 2030년 전후로 가동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완공 시기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이천공장 부근에는 더 이상 신규 공장(팹) 건설을 위한 부지가 없는 데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완공까지 다년간 남았다는 점이 신속한 투자 결정을 이끌었다.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를 중국 팹에서 생산할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공장은 기존 팹 부근에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신규 팹(M15X)도 건설하고 있어 향후 생산능력 확대가 용이하다. 2026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하는 6세대 HBM(HBM4) 생산라인을 청주에 건설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또 충청북도와 청주시 등 지방자치단체도 지원을 약속한 상황으로 최적의 입지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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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반도체산업협회 주최로 10월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5회 반도체대전(SEDEX 2023) SK하이닉스 부스에 전시된 5세대 HBM(HBM3E).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SK하이닉스는 HBM 사업 고성장으로 D램 시장에서 1위 삼성전자와 격차를 상당 부분 줄였다. 이번 투자는 D램 영향력을 확대하고 HBM 시장 1위 자리를 수성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가 집계한 3분기 세계 D램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는 39.4%, SK하이닉스는 35%로 전분기 9%p 격차에서 4.4%p로 좁혀졌다.

SK하이닉스는 내년까지 HBM 생산능력(CAPA)을 기존 대비 최소 두 배 이상 확대할 방침이다. 관련 예산도 약 1조원 규모로 집행한다. HBM 주요 고객사는 엔비디아와 AMD, 인텔 등 AI반도체 제조사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차세대 AI반도체를 공급할 내년부터는 HBM 시장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HBM 시장 1위를 자처하는 상황에 마이크론이 HBM3E 공급 계획을 밝히는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 간 기술·생산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 청주 투자에 따라 충청 지역이 국내 HBM 대표 생산 거점으로 급부상했다.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에, 삼성전자는 충남 천안 공장에 HBM 생산 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청주와 천안이 동서 경계로 맞닿아 지리적으로 인접, HBM을 둘러싼 관련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생태계도 함께 조성되고 있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