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BM공정에 국산장비 대거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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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신규 HBM 라인을 구축할 청주 공장
검사·본딩·계측 공급망 다변화
‘하이브리드 본딩’ 상용화 추진
국내 장비사 기술 고도화 계기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장비 수급 다변화에 나선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라 HBM 수요가 늘고, 설비 투자도 확대되면서 특정 기술·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공급망을 안정화하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다변화를 위해 국내 반도체 장비사들과 연구개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후방 산업계에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검사, 본딩, 계측, 테스트 등 HBM 제조에 필요한 공정 장비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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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장비 국산화를 추진하는 HBM 공정 및 기존 공급망

구체적으로 SK하이닉스는 반도체를 개별 칩 형태(다이)로 절단하는 전후 과정에서 웨이퍼 표면을 검사하는 HBM용 웨이퍼 검사 장비 신규 업체 등록을 진행 중이다. 기존에는 이스라엘과 미국 장비사가 독점한 장비인 데, 이번에 국내 장비사가 협력사로 등록해 새롭게 진입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HBM 필수 공정 중 하나인 본딩 장비도 기존 외산 중심 구도에 변화를 줄 계획이다. 싱가포르 소재 장비사와 국내 장비사 제품을 나눠 사용하고 있었지만 최신 HBM인 'HBM3E'부터는 국산 본딩 장비로 대부분 양산 라인을 꾸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본딩 장비는 개별 메모리를 적층하고 부착할 때 쓴다.

아울러 HBM을 적층하기 위해 미세 구멍을 뚫는 실리콘관통전극(TSV) 계측 장비와 HBM 테스트 장비도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각각 미국·프랑스(계측)과 일본(테스트) 회사가 사실상 독점 공급했던 장비를, SK하이닉스는 국내 장비사와 협업해 공정 최적화 작업을 진행한다.

SK하이닉스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차세대 기술로 불리는 하이브리드 본딩에도 국산 장비 도입을 타진한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웨이퍼 상·하를 구리로 직접 연결하는 기술로, 아직까지 상용화된 사례가 없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양산 예정이 HBM4부터 하이브리드 본딩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데, 상용화되면 해외 기업이 주도했던 본딩 분야에서 국내 기업이 선도적 위치를 점하게 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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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최신 5세대 HBM 'HBM3E'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SK하이닉스가 장비 수급을 다각화하는 건 HBM 수요 급증에 따른 신속 대응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다. HBM은 인공지능(AI) 확대에 따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 경쟁도 치열해져 SK하이닉스, 삼성전자에 이어 마이크론도 진출을 선언했다.

SK하이닉스는 특정 기업에 장비를 의존하게 되면 성장하는 시장에 제 때 대응하지 못하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져갈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정 장비에 의존하지 않고 공급사를 다각화(멀티 벤더)할 경우 안정적 공급망 관리에도 유리하고, 국산화 때는 가격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국내 장비사의 기술 고도화 역시 SK하이닉스 행보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반도체 장비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외산 밖에 없었지만 국내 기업이 잇따라 HBM용 장비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SK하이닉스의 선택지가 확대된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 장비 업계는 모처럼 훈풍을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 경기 침체로 장비 업계도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올해 SK하이닉스가 HBM 생산 능력을 대대적으로 확대하기로 하면서 수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HBM 공급망 다변화와 관련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