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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국회 본회의장에 국민의힘 의원들의 자리가 비어있는 가운데 손준성, 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 투표 개표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의 선거제 개편 논의가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현행 제도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가장 큰 문제점인 위성정당 창당을 방지해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 내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지만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는 현실론을 이유로 확답을 하지 않고 있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사용했던 병립형 회기나 위성정당 창당 등의 가능성을 더 크게 보는 분위기다.

3일 본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거대 양당은 선거제 개편에 대한 자체적인 안을 만들지 못했다. 특히 비례대표제도 개편에 대한 목소리가 의원마다 달라 혼란이 연속되는 상황이다.

민주당 의원 75명은 지난 29일 위성정당 방지를 위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했다. 김상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총선에 참여하는 정당의 지역구·비례대표 동시 추천 △지역구 후보 숫자의 20% 이상의 비율로 비례대표 후보 추천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앞서 이탄희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총선 이후 2년 이내에 거대 정당과 위성정당이 합당할 경우 국고보조금의 50%를 삭감하는 내용이다. 위성정당 방지로 지도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두 법안 모두 궁극적으로는 위성정당이나 자매정당 등의 창당을 막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어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나온다.

특히 민주당만 위성정당을 창당하지 않은 채로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선거 이후 책임론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지도부가 '위성정당 방지'를 약속하면 이 대표가 아닌 선거제 개편을 주도했던 의원들이 당선 이후라도 의원직 사퇴 등을 포함해 모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친명계의 주장이다.

현행 제도인 준연동형제 유지를 기본으로 하는 '위성정당 방지'를 당론으로 채택하면 민주당이 불리한 위치에서 여당과 협상해야 한다는 현실론도 있다. 준연동형제가 지난 20대 국회에서 공수처법 통과에 정의당을 참여시키기 위한 방법이었다는 점에서 병립형으로의 회기는 퇴행이 아니라는 당내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통일된 안을 만들지 못했지만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내심 바라는 분위기다. 21대 총선 직전 민주당과 정의당 주도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것에 대한 거부 정서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준연동형제를 유지했을 경우 지난 총선처럼 위성정당을 창당도 불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제3의 방식도 있다. 병립형으로 치르되 이를 권역별 비례제로 개편하는 식이다. 권역별 비례제를 도입하면 전국을 3~6개 권역으로 나눈 뒤 지역마다 비례대표 의석수를 할당하게 된다. 이 경우 지역주의 완화를 위해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에 비례대표 정수를 더 많이 할당할 가능성이 있다.


거대 양당을 제외한 제3세력 등은 비례대표 제도 개편 방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비례대표제 개편 방향에 따라 운명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도보수 세력 규합을 노리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나 진보계 선거연합정당 창당을 위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정의당, 개혁연합정당 등의 출범을 예고한 기본소득당 등은 거대 양당의 선택에 따라 차기 총선 전략도 바뀔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이준석계에 대한 국민의힘의 비토 정서와 민주당 내 반 정의당 정서 등으로 인해 거대 양당이 의외로 쉽게 합의점을 찾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