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주도 주먹구구식 증액 의결
1381억 증액…부족액 절반 불과
일부 계속과제는 예산 추가 삭감
R&D 완수에 기업 자금부담 우려

무더기 삭감된 내년 중소기업 연구개발(R&D) 계속과제 예산 원상 복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정밀한 판단없이 증액이 이뤄진 탓이다. 계속과제를 수행 중인 중소기업 3000여개 가운데 상당수는 내년 정부 출연금을 받지 못해 사업 중단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관련기사 10월 27일자 1면 〈'中企 3000곳 R&D '초비상'…내년 상반기 사업비 끊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산중위)가 지난 20일 의결한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2024년도 예산안에서 계속과제 지속을 위해 증액된 중소기업 R&D 예산은 일반회계 기준 약 1381억원으로 파악됐다. 당초 협약된 계속과제 수행을 위해 필요한 예산 부족액 3164억원의 절반에 불과하다.

그나마 소재부품장비경쟁력특별회계에서 1000억원 상당 증액안이 올라갔지만 계속과제와 무관한 분야 예산이 채워졌다. 오히려 일부 계속과제는 예산이 추가 삭감됐다. 중소기업기술혁신개발, 중소기업상용화 기술개발 등 사업에서 원전 분야 R&D 지원분 129개 과제, 약 200억원이 감액됐다. 야당이 예산안을 전권으로 의결하면서 원전 분야 R&D 사업은 더 이상 추진하지 않는다고 부대의견을 단데 따른 결과다.

야당이 의결한 중기부 예산 증액 규모는 무려 3조4135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정작 계속과제 R&D 증액 내역은 소재부품장비특별회계,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등을 모두 포함해도 2000억원을 겨우 웃돈다. 야당이 증액한 예산 상당수는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에 해당하는 내역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약 1조8650억원이 순증액된 '소상공인 에너지지원금'이 대표 사례다.

그나마 증액된 R&D 예산 조차도 계속과제 지속을 위한 내역이 아닌 '(전남)친환경 HDPE 소형어선', '(전북)고압 탄소복합 탈부착 수소시스템 실증'과 같은 지역 민원성 R&D사업이나 지난 정권 역점 사업인 소재부품장비경쟁력강화 특별회계 분야 R&D에 집중됐다.

이처럼 야당 주도로 이뤄진 주먹구구식 증액 의결로 인해 가장 시급한 분야에 대한 지원이 더 어려워졌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결국 증액 심사는 예산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를 설득해야 하는데 이렇게 무더기로 증액 요구가 이뤄져서는 정말 중요한 분야에 대한 선별이 어려워 졌다”고 말했다.

실제 내년 중소기업 R&D 사업 계속과제 수는 3023개, 예산 부족액은 3164억원이다. 야당이 증액을 요구한 예산의 10분의 1이면 정부 R&D 사업 연속성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다. 하지만 증액 심사가 주먹구구로 이뤄지면서 그나마 살릴 수 있는 예산조차 날아가게 될 형국이다.

실제 상임위 예산 심사를 돕기 위해 국회 전문위원실에서 발간하는 예비심사검토보고서에도 문제가 여실히 드러난다.

검토보고서는 “계속과제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이 조기 종료되면 연구성과의 질적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연구개발과제 완수를 위해서는 기존 참여기업들이 추가로 자금을 부담하게 됨으로써 그 피해가 중소기업에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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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사업 계속과제 예산편성 현황 (단위: 개, 억원) - 자료: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및 중소벤처기업부 (종료과제를 제외한 계속과제 기준)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