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점심시간이 되면 회사 주변 공원과 거리는 산책을 즐기는 직장인으로 가득해진다. 산책을 즐기는 사람 중에는 신체 활동량을 증가시켜 건강을 관리하려는 목적을 가진 경우도 많을 것이다.
실제로 식사 후 산책이 건강에 주는 이로움은 다양하다. 가벼운 유산소 운동으로 하루 필요 운동량을 채울 수 있는 것은 물론 지방으로 축적되는 포도당의 양을 줄여 비만 위험을 낮춘다. 햇볕을 쬐며 비타민D를 합성해 뼈·관절 건강과 함께 면역력도 챙길 수 있다.
짧은 산책만으로도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해외 연구결과도 있다.
노르웨이 북극대 연구팀이 50세 이상 성인 1만2000여명의 신체 활동량과 건강 상태를 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하루 10.5시간 이상 앉아 생활하는 사람의 경우 산책과 같은 중등도 신체활동에 10분만 투자해도 사망 위험이 약 35%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신체활동이 체중 조절과 혈압 감소, 정신 건강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산책은 척추 건강 관리에도 탁월하다. 걷기 운동은 척추 주변 근육을 강화시키고 골질량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더불어 혈액순환을 촉진해 척추뼈 사이의 디스크(추간판)에 필요한 영양소가 전달되도록 해 허리디스크 예방에 도움을 준다.
그렇다면 하루에 걷기를 얼마나 실천해야 건강에 도움이 될까?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한국인을 위한 걷기 가이드라인'에서는 걷기 운동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최소 150분 빠르게 걷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시속 4㎞ 이상 속력을 유지하며 땀이 날 정도의 강도가 알맞다.
운동 시간과 더불어 올바른 걷기 자세를 숙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먼저 어깨와 가슴을 펴 허리를 곧게 세운 상태로 시선은 10~15m 전방을 향한다. 호흡은 코로 들이마셔 입으로 내쉬고 팔은 앞뒤로 편하게 흔들며 팔꿈치를 V(브이)자 모양으로 살짝 구부린다. 손은 가볍게 쥐고 발은 뒤꿈치, 발바닥, 발가락 순으로 땅에 내딛도록 한다.
하지만 아무리 보약 같은 걷기 운동이라도 자신의 몸 상태를 고려해 수행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걷기가 건강에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척추가 약화돼 있거나 체력이 부족한 경우 걷기는 오히려 척추 주변 근육과 인대에 무리를 줘 허리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허리 통증은 대개 일시적인 증상으로 휴식하면 자연스레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걷는 도중 통증이 지속적으로 느껴진다면 척추 강화와 기능 회복에 탁월한 한방치료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한방에서는 허리 통증 치료를 위해 추나요법과 침·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 한방통합치료를 실시한다. 먼저 추나요법으로 틀어진 척추와 주변 근육 위치를 올바르게 교정해 보행시 유기적인 움직임을 만들어준다.
침 치료는 척추 주변 근육과 인대의 긴장 완화에 효과적이며 특히 순수 한약재 성분을 정제해 항염증 효과가 뛰어난 약침은 통증 해소와 신경 보호에 도움을 준다. 이와 함께 손상된 척추 조직을 강화하는 한약 처방을 병행하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최근 허리 통증에 대한 약침의 치료 효과는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통증연구저널(Journal of Pain Research)'에 게재한 연구논문에서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연구팀은 중증 만성 허리 통증 환자 100명을 약침치료군과 물리치료군으로 분류해 치료를 실시하고 허리 통증 회복 정도를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약침치료군이 물리치료군보다 통증, 기능, 삶의 질, 만족도 측면에서 개선 효과가 훨씬 더 큰 것을 확인했다.
특히 허리 통증 NRS(통증숫자평가척도)가 절반 아래로 감소하기까지 물리치료군은 171일이 걸리는 반면 약침치료군은 28일이 소요돼 약 6배 빠른 치료 효과를 보였다. NRS는 환자의 통증 정도를 숫자로 표현한 척도로 수치가 높을수록 통증이 심함을 의미한다.
날씨가 점점 추워져 실내에 오래 머물게 되는 계절이다. 기온이 더욱 떨어져 야외 활동이 어려워지기 전에 척추 건강을 지키기 위한 건강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도록 하자. 우리 몸이 점점 굳고 약해지지 않도록 스스로 움직여 신체를 단련할 때다.
청주자생한방병원 최우성 병원장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