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1만원짜리 드라마를 5만원 주고 만들게 한다.”
“제작비를 제작사가 원하는 만큼 준다. 어차피 우리 드라마가 가성비가 있으니까.”
“재방료나 저작권을 배분하지 않는 대가로 보장해주는 것이다.”
19일 노동렬 성신여대 교수가 한국방송학보에 낸 논문 '드라마 시장의 오징어 게임-글로벌 OTT 생태계로 인한 인센티브 발생 체계의 변화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국내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들은 최근 국내 드라마 제작 환경이 이미 글로벌 OTT에 종속됐다고 입을 모은다.
노 교수는 방송사, OTT, 방송사 계열 제작사, 외주 제작사, 광고사 등 업계 관계자 15명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방송산업 플레이어들이 상승한 제작비를 감당하기 위해 다시 핸디캡 과잉 경쟁을 감수하는 생존 경쟁에 함몰되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OTT가 기존 국내 드라마 제작비 규모를 훨씬 넘어서는 제작비를 지급, 새로운 시장의 표준을 제시, 국내 시장이 세계 시장에 편입되면서 드라마 제작 경쟁에서 편성 사업자가 탈락하고 오징어 게임 같은 제작 경쟁만이 남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드라마 한 회당 적정한 제작비는 6억~8억 원 정도로 계산된다.
이에 질 좋은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국내 방송사업자들과 국내 OTT들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회당 10억~15억원을 쓰더라도, 글로벌 OTT 사업자들은 25억원 이상을 쏟아붓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사업자들은 이에 더해 작가료 7억원, 주인공 1인 출연료로 10억원 이상을 거뜬히 투자한다.
노 교수는 “드라마 제작비 규모가 내수시장에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상승하고, 단일가격구조로 가동되는 요소비용의 상승 폭이 커지면서 드라마 제작 경쟁에서 국내 편성사업자는 탈락했다”고 분석했다.
일본 한류와 중국 한류 때까지는 그래도 IP(저작권)를 확보한 편성사업자가 제작비를 통제하면서 가치평가 게임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글로벌 OTT 한류 발생으로 그마저도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다.
설상가상으로 광고 시장도 축소되고 있다.
글로벌 OTT가 광고 기반 주문형 비디오(AVOD) 사업에 뛰어들면서 편성 사업자는 광고 수주에서도 밀리는 상황에 직면했다.
노 교수는 내수시장의 함몰에서 벗어나려면 결국 편성사업자가 성격을 변화하고 빠르게 자기 조직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글로벌 OTT 플랫폼을 소유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것은 단기적이지도 근본적이지도 않은 목표”라며 “A급 생산요소에 인센티브가 쏠리는 것을 방지할 러닝 개런티(수익 비례 배당금) 계약 방식 등이 포함된 새로운 메커니즘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