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다 유니콘, 절반이 적자 허덕

23곳 중 13곳 영업손실
기업가치 평가 기준 부실
유니콘 배출 집착 버리고
스타트업 질적 성장 필요

Photo Image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 파두의 실적 쇼크를 계기로 유니콘 기업 배출에 집착했던 우리 스타트업 생태계를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유니콘 기업 23개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최근 적자를 기록했다. 양적 성장에 집중해온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스타트업 질적 성장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유니콘 기업 23개(기업명 비공개 1개사 포함) 중 13개 기업이 최근(비상장사 작년 기준·상장사 올해 누적 기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유니콘 기업은 보통 창업한 지 10년 이하 비상장 스타트업 가운데 기업가치 1조원 이상으로 평가받은 기업을 의미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국내 유니콘 기업을 23개로 추산하고 있다.

문제는 기업가치 평가에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올해 초 상장을 앞두고 120억원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기업가치 1조800억원을 인정받아 유니콘 기업에 등극한 파두가 대표적이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상장 수요를 감안해 기업 가치가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통 후기 투자로 갈수록 초기 투자자 지분 가치 희석을 방지하기 위해 기업 가치가 올라간다.

최근 파두는 2·3분기 매출이 각각 5900만원과 3억2000만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일주일 사이 주가가 절반 가까이 급락했다.

이를 계기로 유니콘 기업에 대한 환상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해외에서는 통상 100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가 10억달러(약 1조3260억원) 이상이어야 유니콘 기업으로 인정한다. 그만큼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투자할 만큼의 기업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120억원 투자 유치로 반도체 유니콘으로 등극한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있다.

실적 부진을 겪는 유니콘 기업은 파두만이 아니다. 야놀자, 직방,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 등 플랫폼 기업이 경기 부진, 경쟁 심화 등에 부딪히며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실적 부진으로 자본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며 기업공개(IPO)가 연기되는 상황이다. 심지어 중기부가 성과로 내세우는 유니콘 기업 23개 중에는 사실상 사업이 불분명해진 것으로 평가받는 옐로모바일도 포함됐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2018년부터 감사보고서도 회계법인에서 의견거절 통보받는 회사가 유니콘 기업으로 수년째 이름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은 “정부에선 유니콘 기업을 배출했다고 자랑하지만 이들 기업이 고용을 많이 창출하는지 또는 얼마나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는지 후속 확인은 미흡하다”면서 “단순 유니콘 기업 배출이 아닌 스타트업 생태계에 어떤 역할을 하고 기업이 제대로 성장하는 지에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Photo Image
국내 유니콘 기업 23개사 2022년도 실적 현황(기업명 비공개 1사 포함 )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