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6일 경제 부처 대상으로 내년도 예결안 심사를 이어간 가운데, 여야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문제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여당은 예산 삭감과 구조조정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고, 야당은 R&D 예산 삭감이 4일만에 졸속으로 추진된 점과 향후 부작용을 따져물었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는 국가기술 R&D 예산배분 조정안을 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를 거쳐 기재부에 매년 6월 30일까지 제출해야 하는데 8월 22일 제출했다. 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6월29일 R&D 유관 부처에 내년도 주요 예산에 대한 부처별 구조조정 및 재투자안을 요청했고, 제출 기한은 7월 4일까지였다. 단 4일 만에 지출구조 조정안을 제출하라 했는데 이게 가능한 건가”라며 “기준도 불명확하고 절차도 불투명해 졸속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전년도 R&D 예산배분 조정안은 8개월 가량 소요된 점을 강조했다.
R&D 예산 삭감으로 인한 매몰비용 우려도 지적했다. 홍 의원은 “90% 이상 삭감된 사업이 10개인데, 자연 감소되는 2개 사업을 제외하면 8개 사업 818억원 감액은 폐지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며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되는 R&D 사업 툭성을 고려하지 않아 오히려 매몰비용 지출이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올해 5000억원이었던 국제 협력 R&D 예산이 1조800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난 것을 언급하며 “과기부 협력 사업을 보면 아직 어떠한 국가와 협력을 할지, 상대국은 정해졌지만 협력 MOU도 체결하지 못한 사업도 태반”이라며 “예산이 늘어난다고 협력이 저절로 늘어나는 게 아니다”고 꼬집었다.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긴축재정 문제와 R&D 예산 삭감을 연계해 “올해 10월 IMF에서 발표한 자료에서 한국의 국가채무는 OECD 33개 중 27위로 채무가 양호하다”며 “재정건전성이라는 잘못된 지표를 가지고 R&D예산을 자른 것을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방위적으로 R&D 예산 삭감이 이뤄진 반면 내년 국가철도건설사업 46개는 국토부가 요구한 대로 다 반영됨 점을 비교했다.
같은 당 이소영 의원은 “생애 첫 연구사업, 개인기초연구사업, 창의 도전 연구 지원 사업 등 정부가 1억 원 미만 과제 사업을 일괄 폐지하면서 내년부터 사라질 예정”이라며 “교육현장에서 촌지를 주고 받는 사례가 있다고 해서 교육예산을 삭감하지는 않는다. 이번 결정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주된 대상이 힘 없는 신입, 비정규직, 학생 등 연구분야 약자들”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나눠먹기식' R&D 사업을 방지하기 위해 구조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 3년간 10조원의 예산이 증가하는 동안 단 한번의 혁신이나 구조조정 없이 급격하고 방만하게 증가하면서 나눠먹기식, 비효율적으로 이어졌다”며 “내년도 R&D 예산은 지난 정부 평균보다 1.6조원이 더 많으며, 글로벌 경쟁에 맞춰 선도해야 할 미래 기술 투자 개발도 정부에서 꼼꼼히 챙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당 임병헌 의원은 “어떤 회사는 연간 매출액이 1억원밖에 안 되는데, 4년동안 14억원이나 되는 R&D 자금을 받아서 생존자금으로 썼다”며 “써야 할 곳은 대폭 투자를 늘리고 줄일 것은 과감히 줄여야 한다. 무작정 원상복귀를 하자는 주장은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이날 추 부총리는 야당 의원들의 정책 기조 변화를 묻는 질문에 “정부의 기조가 바뀐 것이 아니다”며 “비효율, 낭비적 요소를 정비하고 틀이 잡히고 나면 그 다음에 혁신적, 도전적 연구에 집중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처 살피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국회 심사 과정에서 함께 논의하고 보완해 나가겠다”며 “'R&D다운 R&D' 연구가 제대로 작동이 되는구나 하면 그다음부터는 우리가 필요한 곳에 대거 R&D 예산, 증액 등도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