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엔젤투자허브 '징검다리'로 지역 창업생태계 조성

지역 단위 벤처투자 활성화 기반이 차츰 갖춰지고 있다. 2021년 처음 개소한 지역엔젤투자허브를 중심으로 협력체계가 꾸려지고, 지역 전용 엔젤펀드가 조성되면서 각 지역 특성이 반영된 엔젤투자 생태계가 자생적으로 형성되는 단계다.

호남·제주권 EK 징검다리펀드는 이달 중 첫 투자를 개시한다. 액셀러레이터 엔슬파트너스와 한국엔젤투자협회가 공동으로 운용하는 이 펀드는 엔젤투자와 후속투자를 연계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됐다. 총 50억원 규모로 광주·전남·전북·제주에 본점이나 연구소 또는 공장을 갖춘 기업이 투자 대상이다. 펀드의 40% 이상은 엔젤투자를 받은 기업이나 창업자에 후속투자해야 한다.

호남엔젤투자허브에서는 초기 기업을 위한 전용 개인투자조합도 50억원 규모로 운용하고 있다. 엔젤투자협회와 광주·전남·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공동으로 운용하는 이 조합 역시 지역 초기 기업을 발굴해 투자한다.

비대면 인공지능(AI) 객체 인증 기술을 개발하는 광주 소재 스타트업 인트플로우는 지역엔젤투자허브를 통해 초기 투자를 유치했고, 전남에서 스마트양식 시스템을 운영하는 에스디테크는 매칭펀드를 통해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제주에 위치한 숙박업소 침구류 업싸이클링 스타트업 제클린도 올해 2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창업과 엔젤투자 경력을 보유한 민간 전문가와 지자체,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공공이 모여 협의회를 꾸리고 지역 우수 창업팀을 함께 발굴하고 지원한 결과다. 올 한해만도 호남권 엔젤투자허브에서는 총 55회에 이르는 투자설명회(IR)와 컨설팅, 투자자간 네트워킹 등이 이뤄졌다.

호남권 엔젤투자허브 협의회는 조덕선 SRB미디어그룹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엔슬파트너스, 기백파트너스, 대성창업투자 광주드림파크 등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해 지역 자원을 활용한 로컬크리에이터를 집중 발굴한다.

호남권, 충청권에서 시작된 지역엔젤투자허브는 점차 전국 단위로 확산하는 추세다. 지난 7월에는 동남권 지역엔젤투자허브가 경남창원과학기술진흥원에 새로 문을 열었다. 동남권 허브에서는 항공·우주, 조선, 기계 등 지역 주력산업 육성과 연계한 초기투자 생태계 조성이 주로 이뤄질 전망이다. 2027년까지 총 5개를 조성하는 게 정부 목표다. 징검다리펀드 역시 광역권 단위로 속속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지역 단위 엔젤투자 생태계 활성화의 최종 과제는 결국 벤처투자 활성화, 그리고 지역 기반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지역 소재 스타트업과 산업별 특화 인프라 연계를 강화하고, 최종적으로는 지방에도 청년이 유입될 수 있는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목표다. 지역혁신 벤처펀드도 2026년까지 총 1조원을 조성해 지역 혁신기업에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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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엔젤투자허브 추진체계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