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TV홈쇼핑, 신뢰부터 되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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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주기자

TV홈쇼핑 위기가 수년 째 지속된다. TV시청인구는 줄고 각종 채널은 늘어났다. 소비 패턴도 바뀌고 있다. 송출수수료를 둘러싼 유료방송사와 기싸움도 올해 유독 심하다. '블랙아웃'이란 초강수를 두며 압박 수위를 높인다. 대가검증협의체 가동을 신청하며 막판까지 협상 주도권을 쥐기 위한 사투에 나서고 있다.

올해 3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됐다. 홈쇼핑 업계 분위기는 여전히 암울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악재도 잇따랐다. 생방송에서 욕설을 한 쇼호스트를 NS홈쇼핑이 영입하려고 해 뭇매를 맞고 철회했다. 현대홈쇼핑은 라벨을 바꿔 생산일을 속여 의류를 판매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이렇게 판매한 제품은 3300여 세트로 총 1억5000여만원가량이다. 공영홈쇼핑은 젖소 고기를 한우로 판매해 논란이 일었다. 이 회사에서 판매한 제품은 한우 불고기로 소비자가 육안으로 한우와 젖소를 구분할 수 없다. 소비자는 판매자를 신뢰하고 상품을 구매했다는 의미다. 해당 제품은 공인 시험기관에서 젖소 DNA가 검출되면서 적발됐다. 공영홈쇼핑에서만 3년간 107억원가량 판매된 제품이다.

문제는 홈쇼핑사 대응이다. 판매 경위는 차치하더라도 시청자를 기만한 상품을 팔았다면 이에 대한 안내와 사과는 필수다. 하지만 현대홈쇼핑과 공영홈쇼핑 모두 이번 사건에 대해 홈페이지에 사과문이나 안내문 조차 게재하지 않았다. 해당 상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환불 조치 등을 취하고 있다는 해명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생색내는 것에 불과하다.

위기를 극복하는 기업 전략은 다양하다.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기도 하고 반대로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하기도 한다. 수 많은 기업의 위기 극복 성공 사례에도 정석은 있다. 성공한 기업가는 '초심을 잃지 말라'고 강조한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자꾸 막히는 것은 우선멈춤 신호다. 멈춘 다음 정비하고 출발하라'는 어록을 남겼다. 위기에 부딪힌다면 사업 본질을 가다듬은 후 새로운 길을 찾으란 의미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도 '사업은 망해도 괜찮지만 신용을 잃으면 그걸로 끝이다'란 말을 생전 즐겨한 것으로 알려진다.

홈쇼핑 본업은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질 좋은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 소비자와 쌓은 기본적 신뢰다. 신뢰는 쌓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 단기 성과에 급급해 소비자와 신뢰를 저버린다면 홈쇼핑의 미래는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직원 한 명의 실수로 돌려 사안을 봉합하기보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소통, 재발 방지책 마련에 힘써야 할 때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