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수송·난방분야 배출권거래제도(ETS) 가격이 급등해 3년 뒤 200유로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당초 예상보다 무려 4.4배가 오르는 셈이다. 2026년 본격 시행을 앞둔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연동돼 국내 수출기업의 CBAM 인증서 구매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우려된다.
클린에너지와이어(CLEW)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독일 싱크탱크 아고라 에네르기벤데가 EU 수송·난방 배출권거래제도(ETS Ⅱ) 가격 급등에 대비한 독일 정부의 선제 대응을 촉구했다.
EU는 2027년부터 디젤, 휘발유, 난방유 등 수송·난방 섹터 배출권거래제도인 'ETS Ⅱ'를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화석연료 보일러 금지 법안 지연 등 기후정책 추진에 제동이 걸려 'ETS Ⅱ' 배출권 거래 개시 가격이 매우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EU집행위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 55% 감축을 목표로 하는 EU '핏 포 55'(Fit for 55) 정책 패키지 적시 이행을 전제해, 초기 배출권 가격을 톤당 45유로로 예상했다. 그러나 아고라는 관련 법안 분석 후 45유로 가격상한 유지를 확신할 수 없다고 봤다. 현 기후정책이 유지된다면 2027년 시작되는 'ETS II' 배출권 거래가격이 톤당 200유로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빛나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부장은 “독일 등 EU 회원국 사이에서 2030년 기후대응 목표 달성을 위해, 배출권 거래가격이 급등할 위험이 존재함을 경고한 것”이라며 “배출권 가격상승이 소비자 부담으로 전이돼 시민 참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고라는 독일 정부가 급격한 변화를 지양하고 현행 탄소가격을 단계적 인상해 시민이 기후변화 대응에 적응할 환경을 조성하고 추가 세수를 시민에게 재분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EU CBAM에 연동돼 한국 수송·난방 업계도 영향권에 들 것이라 전망했다. 이달 1일부터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 등 6대 품목 수출 시 탄소배출량을 의무 보고해야 하며, 2025년까지 전환 기간을 거친 뒤 인증서 구매 의무가 부과된다. CBAM 적용 범위는 향후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유인식 IBK기업은행 ESG경영부장은 “현재 유럽은 배출권 가격이 톤당 10만원이 넘지만 한국은 1만원 수준이며 그동안 정책·시장 변화가 상호 영향을 주지 않아왔다”면서 “해외와 국내 배출권 시장의 디커플링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EU CBAM이 실행되면 상황이 달라 질 것”이라면서 “EU ETS 가격이 오르면 CBAM이 적용되는 한국 수출기업의 국내 배출권가격과 격차가 커져 CBAM 인증서 구매가격이 상승하는 부담이 생기고 국내 배출권 시장에도 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