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혁신 이노비즈]씨피시스템 “케이블 체인 국산화 넘어 첨단산업 현장으로”

씨피시스템이 초저분진·저소음 케이블 체인을 개발했다.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청결도를 충족해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

1993년 설립된 씨피시스템은 산업용 전선을 보호하는 케이블 체인과 플렉시블 튜브를 생산한다. 플렉시블 튜브는 호스 형태로 외관을 감싸 전선을 지켜준다면, 케이블 체인은 자동차·공작기계·전동차 등 제조 자동화 현장에서 전선 보호는 물론 다양한 각도로 움직일 수 있도록 구현한다. 현재 국내 다수 대기업으로부터 제품 개발의뢰을 받아 생산하고 있다.

씨피시스템의 가장 큰 성과는 유럽, 일본 등 해외에 의존하던 플렉시블 튜브 국산화다. 초창기에는 해외 공작기계 수입·중개업을 중심으로 사업했지만, 창업 4년 만인 1997년 국내 최초로 폴리아미드6 전선관을 개발했다.

김경민 대표는 “무역업을 하면서 생산현장 자동화가 확대될 것을 예상했다”면서 “해외 전시회를 참관하고 직접 기계를 분해하는 노력 끝에 플렉시블 튜브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씨피시스템은 현재 41개 특허를 보유할 정도로 기술력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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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피시스템의 케이블 체인(사진=씨피시스템)

김경민 대표는 씨피시스템 플렉시블 튜브 장점으로 친환경성을 꼽았다. 기존 플렉시블 튜브는 염화비닐을 주재료로 사용해 유독성 가스인 다이녹신을 배출하는 문제가 있었다. 씨피시스템은 고품질 폴리아미드6로 제품을 제작해 인체에 무해하고 재활용할 수 있다. 난연성은 물론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수·방진 등급인 IP68을 획득했다.

씨피시스템 케이블 체인은 국내 최초로 밴드결합방식을 채택했다. 부품 일부가 고장나면 전체를 교체하지 않고 해당 부품만 탈·부착하면 돼 경제적이다. 지지력이 강한 구조로 설계해 체인 처짐 현상, 벤딩 구간 하부와 설치 바닥면 사이 유격 문제 등도 해결했다.

김경민 대표는 “저분진·저소음을 실현함은 물론 초고속 이동이 가능하다”면서 “고품질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로 어떠한 설치환경에서도 케이블을 완벽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고 말했다.

케이블 체인은 공작기계, 중공업·조선, 철도 등 전통적인 제조분야에서부터 특수 제조 환경이 요구되는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까지 대부분 산업군에서 활용되고 있다.

김경민 대표는 “대기업이 앞다퉈 제품 공급을 요청할 정도로 케이블 체인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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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피시템의 로봇웨이(사진=씨피시스템)

산업용 로봇의 전선을 보호하는 제품인 로보웨이 역시 로봇 팔(암)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더라도 자체적으로 수축·이완하면서 내부 케이블이 손상되지 않도록 보호한다.

씨피시스템은 최근 반도체 제조 현장에 케이블 체인을 공급했다. 반도체 클린룸은 가로·세로·높이가 약 30㎝인 1입방피트에 먼지가 한 개만 있는 수준인 클래스 1을 유지해야 하는 등 고도의 청결 수준이 요구된다. 회사는 1년 동안 대기업 신뢰성 테스트를 거치면서 초저분진 성능을 입증하며 반도체 라인에 제품을 공급하게 됐다.

씨피시스템은 고도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만큼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성장 잠재력이 큰 첨단 산업 현장에 케이블 체인을 공급하면서 성장에 속도를 낸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미국과 중국 등에도 정보기술(IT) 산업 수요가 높은 만큼 해외 매출도 확대할 계획이다. 회사는 미국 지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씨피시스템은 현재 중국 상해법인과 독일, 터키, 이탈리아 등 30여개국에 대리점을 운영하며 수출에 기여해왔다. 산업용 로봇 역시 제조현장에 도입이 확대되는 만큼 전선을 보호하는 로보웨이 제품 영업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씨피시스템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4월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하고 2세인 김혜정 대표를 관리 부문 대표로 선임했다. 2014년부터 관리, 총무 업무를 담당해온 김혜정 대표는 경영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내년 1분기 상장과 수출 중심 회사로 체질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핵심 기술 국산화를 주도한 김경민 대표 역시 기술 고도화에 매진하며 회사 성장을 이끈다.

김경민 대표는 “'중소기업이 기술 개발을 멈추면 그 순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는 철학으로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면서 “최고의 품질로 고객의 감동을 실현하는 회사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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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정 씨피시스템 대표

※ 김혜정 씨피시스템 대표 인터뷰

-씨피시스템만의 강점은

▲연구인력과 테스트 시설이 장점이다. 케이블 체인에서 분진이 나오지 않고 처짐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선 끊임없는 기술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업부설연구소와 신뢰성 테스트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충격강도, 표면저항, 열변형 등 출시 전 테스트를 할 수 있는 곳은 국내에선 씨피시스템이 유일하다고 자부한다. 고객사가 주기적으로 찾아 맞춤형 제품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

-회사가 중점을 두는 부분은

▲제조 공정 시스템화다. 부산 기업 중 드물게 제조실행시스템(MES)을 구축했다. 압출·사출·이동·조립·포장에 이르는 제조 과정을 부품 바코드로 관리한다. 그 결과 제조 효율성을 높였다.

-고객 확보 전략은

▲고객 요구사항을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온라인 지원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카탈로그와 데이터로그를 다운받을 수 있다. 고객은 희망하는 치수만 입력하면 케이블 체인 형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3차원(3D) 캐드(CAD)로 고객이 원하는 도면을 직접 설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이노비즈 인증에 따른 혜택이 있다면

▲이노비즈 인증으로 기술혁신성을 인정받은 점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이노비즈 인증사에게 주어지는 금융·인력 등 지원 혜택을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사업 계획은

▲내년 1분기 상장이 목표다. 조달한 자금으로 공장 자동화와 부산 기장군 현 공장 인근에 2공장 증축을 계획하고 있다. 양적·질적 성장을 위해 필요한 투자다. 해외 매출 확대도 중요하다. 향후 인도, 미국지사 설립과 해외 영업 담당자 확보를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참가하지 못했던 해외 전시회 부스도 운영하며 기술력을 널리 알릴 생각이다.

기장(부산)=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