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글로벌 시장 규모 1025억달러
창업 지원·전략적 투자 등 업계 관심 ↑
고객경험 혁신·미래시장 선점 경쟁 가속
유통업계가 혁신 기술 도입을 위해 스타트업과 손을 맞잡고 있다. 리테일테크에 특화된 스타트업과 협업해 고객 경험을 혁신하고 미래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스타트업 협업은 직접 개발에 비해 비용·시간 측면에서 리스크가 적다. 인공지능(AI), 모빌리티 등 다양한 형태의 기술 도입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장점으로 꼽힌다.
e커머스 솔루션 기업 커넥트웨이브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와 협업을 개시했다. 내년 4월을 목표로 대규모거대언어모델(LLM) '다나와GPT' 구축을 추진 중이다. 다나와·에누리에서 운영 중인 가격비교 서비스에 생성형 AI를 연계해 개인 맞춤형 편의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추상적으로 상품을 검색하면 AI가 이를 분석해 다양한 상품을 선택지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전통 유통 기업 롯데쇼핑도 업스테이지와 손을 잡았다. 롯데쇼핑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확보한 유통 노하우와 구매 데이터를 AI 기술과 결합할 계획이다. 유통업에 특화된 생성형 AI를 개발해 맞춤형 마케팅부터 고객 상담 서비스, 수요 예측 기반 자동 발주 시스템 등 사업 전반에 활용한다.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은 “생성형 AI 전략을 본격 추진해 리테일테크를 혁신 성장 동력으로 적극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GS25는 AI 스타트업 '파인더스에이아이'와 협업해 완전 무인형 스마트점포 'DX LAB 가산스마트점'을 선보였다. 제한된 고객만 이용 가능했던 기존 스마트 편의점과 달리 완전 개방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점포 내에는 △QR코드를 활용한 고객 식별 시스템 △고객 행동을 분석하는 딥러닝 AI 카메라 △상품 이동 정보를 수집하는 무게 감지 센서 등 최신 리테일테크가 적용됐다. 향후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출을 극대화하는 마케팅 기법을 개발하고 최적의 재고량을 설정하는 자동 발주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편의점·외식업계를 중심으로 드론·로봇 기술을 도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세븐일레븐·교촌치킨은 자율주행 로봇 스타트업 '뉴빌리티'와 협업해 내달 말까지 서울 건국대학교 캠퍼스에서 로봇 배달 실증 사업을 진행한다. CU는 현대자동차에서 분사한 '모빈'과 손잡고 로봇 배송 상용화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마트24는 지난 8월부터 드론배송 전문 '니나노컴퍼니'와 손잡고 드론 실증 도시 구축 사업에 참여 중이다.
직접 혁신 스타트업 발굴에 나서는 기업도 늘고 있다. GS리테일은 창업 액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와 함께 유망 스타트업 발굴 프로그램 '퓨처 리테일'을 진행했다. 160여개 스타트업 중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5개 스타트업을 선발했다. AI 챗봇, 물류 자동화 로봇, 편의점 맞춤형 프로모션 등 다양한 분야의 리테일테크 스타트업에 컨설팅·사업실증화(PoC) 검증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도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스타트업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 2020년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협의체 도입 이후 스타트업 12곳에 약 340억원의 전략적 투자를 집행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킥더허들'을 비롯해 라이프스타일 스토어 '나이스웨더' 등 시너지 창출에 방점을 둔 점이 눈에 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리테일테크 시장 규모는 347억달러로 추산된다. 온·오프라인 소매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오는 2028년에는 약 3배 성장한 1025억달러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 리테일테크를 도입하는 유통업계 보폭 또한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온라인 업체들은 AI, 빅데이터 기술을 도입해 물류 자동화, 맞춤형 마케팅 등 사업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오프라인 업체는 온라인과 차별화된 체험 요소에 방점을 두고 매장 무인화·로봇 배송 등 고객과 밀접한 영역부터 리테일테크 도입에 속도를 낸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전통적인 개념의 소매업에 리테일테크가 입혀지면서 산업의 본질이 변화하고 새로운 파생 산업이 생겨나고 있다”며 “기업들이 리테일테크 도입을 촉진해 산업을 키우고 표준화된 모델을 만든다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