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발급·한도설정 업무 편의
본인확인기관으로 서비스 주도
은행권이 '기업용' 사설인증서 시장에 진출한다. 은행들이 빅테크와 이동통신사가 주도하던 사설인증서 시장에서 자사 뱅킹 앱을 기반으로 성장 중인 가운데 기업용 사설인증서 시장을 어느정도 차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올해 말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자체 인증서인 'KB국민인증서'의 기업고객용 버전을 개발하고, 전자서명인증평가를 준비 중이다. 금융권 사설인증서 중 가장 많은 이용자를 보유한 만큼 운영 노하우를 기반으로 기업용 사설인증서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방침이다.
IBK기업은행도 상반기부터 기업용 사설인증서인 'IBK인증서'를 개발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기업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기업용 인증서를 선보인다는 복안이다.
기존에 은행, 빅테크, 통신사 등이 제공하는 사설인증서는 개인 이용자에게만 발급돼왔다. 개인 고객은 사설인증서를 활용해 뱅킹앱, 플랫폼뿐만 아니라 각종 정부 기관 서비스를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반면 기업은 뱅킹 앱과 웹사이트에서 사설인증서를 활용할 수 없어 기존 공동인증서를 사용해야만 했다.
은행이 기업용 사설인증서를 내놓으면 기업 업무 편의가 대폭 개선될 수 있다. 발급부터 대면으로 진행해야 하는 공동인증서에 반해 비대면 발급 서비스가 제공된다. 또 별도의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고 패턴이나 지문인식 등으로 간편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기업 특성상 여러 인원이 동시에 같은 인증서를 사용할 때 필요한 한도 설정 등도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은행들은 기업용 사설인증서를 자사 뱅킹앱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사업자가 자주 사용하는 국세청, 조달청, 국민연금공단 등 관련 기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내에서는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타 주요 은행도 기업용 사설인증서 출시를 고민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은행권이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시장에서는 은행들이 개인용 사설인증서 시장과 달리 기업용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개인용 사설인증서 시장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토스, 통신사 패스 등이 각종 사이트의 간편 로그인 등을 지원하면서 은행권 보다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반면 기업용은 본인확인기관인 은행이 서비스 제공에서 유리한 측면이 많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기업용 인증서를 발급하기 위해서는 사업자등록증과 주민등록번호를 대조하는 등 신원확인 절차가 까다로운 만큼 이 같은 시스템을 구축한 은행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예린 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