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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팹 건설 현장. (사진 :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 사회관계망서비스)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유니콘으로 주목 받는 '텐스토렌트'를 파운드리(위탁생산) 고객사로 확보했다. 미국 텍사스 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 팹에서 4나노미터(㎚) 공정으로 텐스토렌트 인공지능(AI) 반도체 칩을 양산한다. 스타트업·벤처 등 반도체 유망기업을 조기 발굴해 파운드리 생태계에 합류시키는 삼성의 전략이 또 한 번 빛을 발하게 됐다.

텐스토렌트는 2일(현지시간) 차세대 AI 칩렛 반도체를 삼성전자 미 테일러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테일러 팹 고객이 공식화된 건 지난 8월 미국 AI 반도체 스타트업 그로크에 이어 두 번째다. 테일러 팹은 내년 말 가동 예정으로 북미를 포함한 글로벌 미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삼성 파운드리의 해외 전초 기지다.

텐스토렌트는 2016년 설립된 AI 반도체 기업이다. 인텔과 AMD 핵심 프로세서 개발에 참여, 중앙처리장치(CPU) 계 거장으로 불리는 짐 켈러가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업계 관심을 받았다. 텐스토렌트의 기업 가치는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으로 반도체 업계 대표 '유니콘'으로 급부상했다.

켈러 CEO는 6월 '삼성 파운드리 2023'에서 참석,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협력을 암시 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반도체 기술 발전을 위한 삼성전자 파운드리 노력은 AI 분야 혁신을 추진하는 텐스토렌트의 비전과 일치한다”며 “삼성전자는 텐스토렌트 AI 칩렛을 위한 최고의 파트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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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스토렌트 로고

텐스토렌트가 삼성전자에서 양산할 칩이 첨단 반도체 기술을 총망라 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반도체 칩 시장 미래 먹거리인 AI 반도체를 '칩렛' 방식으로 양산하기 때문이다. 칩렛은 서로 다른 반도체(다이)을 연결, 성능을 극대화하는 첨단 패키징 기술이다. 삼성 파운드리의 초미세 공정 뿐만 아니라 첨단 패키징 시장 영향력을 확대할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수주는 삼성의 반도체 스타트업 협업·투자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기존 삼성 파운드리는 주로 자사 시스템LSI 사업부나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왔다. 그러나 최근 스타트업을 포함한 '생태계' 조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팹리스 스타트업을 조기 발굴하고 협력해 삼성 파운드리의 잠재적 고객사로 확보하는 성장 전략이다. 국내에서는 리벨리온과 딥엑스 등 AI 반도체 스타트업이 삼성 파운드리 생태계에 진입, 제품 양산에 성공했다.

텐스토렌트 역시 성장 가능성을 바탕으로 선제 투자에 나선 대표 사례다. 삼성은 지난 8월 현대차 등과 함께 텐스토렌트에 1억달러 규모 펀딩을 단행했다. 파운드리 고객 확보 뿐 아니라 AI와 칩렛, 차세대 컴퓨팅 분야 기술 혁신을 위한 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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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스토렌트는 8월 현대차와 삼성 등으로부터 1억달러 규모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 짐 켈러 텐스토렌트 CEO(사진 왼쪽)가 마코 치사리 삼성전자 삼성 반도체혁신센터(SSIC)장 기념 촬영했다.

텐스토렌트는 삼성 파운드리 시장 확대를 위한 가교 역할도 기대된다. 텐스토렌트는 LG전자와도 차세대 AI 반도체 개발과 칩렛 협력을 진행 중이다. 공동 투자에 들어간 현대차나 LG전자 차세대 반도체 칩을 삼성 파운드리에서 양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LG전자는 현재 가전 등에 탑재되는 반도체 칩을 TSMC에서 양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