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3주기(10월 25일)를 한 달여 앞두고, 생전 이 선대회장의 애견 행보도 재조명된다. 시각장애인에 빛을 선물해 준 삼성 안내견 사업까지 30주년을 맞으면서 삼성의 동물 사랑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1960년대 말 진도를 찾아 거의 멸종 단계였던 진돗개 30마리를 구입했다. 당시 진돗개는 한국에서는 천연기념물 53호(명칭 진도개)로 지정됐음에도, 확실한 순종이 없다는 이유로 우수성이 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았고 원산지가 한국이라는 것도 인정받지 못했다.
그간 여러 종류의 개를 키워보며 진돗개를 세계무대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 이 선대회장은 순종 진돗개 보존에 직접 뛰어들었다. 10여 년 노력 끝에 순종 한 쌍을 만들어냈고, 진돗개 300마리를 키우며 순종률을 80%까지 올려놨다.
이 선대회장은 1975년에는 진돗개 애호협회를 설립, 초대 회장에 취임하며 진돗개 경연대회를 열고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대형 냉장고를 1위 경품으로 내걸었다. 1979년 일본에서 열린 '세계견종종합전시대회'에 진돗개 암수 한 쌍을 직접 가져가서 선보였고, 이를 계기로 진돗개는 1982년 '세계견종협회'에 원산지를 등록할 수 있었다. 2005년에는 세계 최고 권위의 애견 협회인 영국 견종협회 켄넬클럽에 진돗개를 정식 품종으로 등록하는 데 성공했다.
1993년 '신경영 선언'을 기념해 국내 최초로 설립한 시각장애인 안내견학교는 삼성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사업으로 자리 잡으며 안내견 문화와 장애 복지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1994년 안내견 '바다'를 분양한 이래 매년 12∼15마리의 안내견을 양성해 시각장애인에게 제공하고 있다. 삼성은 이후 인명구조견(1995년), 청각도우미견(2002년), 흰개미 탐지견(2003년) 등 개를 통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확대했다.
전날 경기도 용인에서 열린 삼성 안내견 30주년 행사에 참석한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은 “회장님(이건희 선대회장)이 봤으면 더 좋아했을 것”이라며 “(이 선대회장이) 생전에 굉장히 노력했고 지원에 대해 정말 관심이 많았던 부분이라 지금 30주년이 굉장히 감명 깊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