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가 △신주인수선택권 도입 △기업집단 규제 재정비 △법인세 단순화 요구에 한 목소리를 냈다. 현 정부 출범 당시 속도감 있는 규제 개선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우리 기업들이 OECD, G7 등 경쟁국 대비 차별적인 규제 환경에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5개 단체는 20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와 비교한 기업 제도개선 세미나'를 열고 기업제도 전반의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는 국내 법·제도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불리는 기업 저평가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관련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됐다. 앞서 5개 단체는 자본시장, 기업 지배구조, 세제 분야 글로벌 동향을 비교·분석을 포함한 기업 친화적 제도 관련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이기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상근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경제단체들은 글로벌 경쟁 생존을 위해서는 기업제도 전반의 개선이 시급하다는데 뜻을 같이 해 상반기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라며 “오늘 공개하는 연구결과와 논의가 기업법제 선진화에 귀중하게 쓰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연구결과 발표에선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 대비 차별적인 규제 환경에 놓여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장근영 한양대 교수는 비교대상 국가(G7) 중 우리나라만 신주인수선택권 미도입 상태라는 점을 지적하고, 정부의 적극 검토를 촉구했다. 신주인수선택권은 제3자가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할 때 기존 대주주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신주를 발행할 수 있게 하는 권리다. 이어 장 교수는 주주제안권 행사요권 관련 현행 상법상의 지분비율 기준 외에 금액기준을 병용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최승재 세종대 교수는 기업집단 규제 관련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대표소송 제도나 지주회사 규제가 가장 엄격하다고 꼬집었다. 특히 대기업집단에 대한 사전 행위규제 방식을 적용하는 사례는 대한민국에만 있는 독특한 규제 형태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수원 대한상의 팀장은 복잡한 과세체계와 높은 세율이 기업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이 팀장은 “기업세제를 OECD, G7 국가들과 비교한 결과, 한국 법인세는 복잡하고 세율도 높아 법인세수가 총 조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면서, “IMF 등 국제기구들의 지적에서처럼, 복잡한 과세체계는 부작용이 큰 만큼 과표구간을 단순화하고 세율을 낮추는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상속세에 대해서도 기업승계시 경영권 위협 요인이 되지 않도록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되어야 한다고 했다.
패널토론에서도 현 기업 규제에 대한 현실성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곽관훈 선문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는 기업집단을 규모나 지분비율에 따라 획일적으로 규정하고, 규제하고 있다”면서, “개별기업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획일적 규제는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미국, 일본 등 다른 국가들처럼 기업집단을 통한 긍정적 효과도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