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0일 프랑스 주간지 'Le Point(르푸앙)'은 〈케이팝, 영화, 웹툰.. 한국은 왜 우리를 그토록 매료시키는가?'〉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K콘텐츠의 분야별 성공사례를 소개했다. 이 기사는 한국 소프트파워를 강조하고 그 원인으로 한국 역사 속에서 내려오는 고유한 정체성과 '한'이라는 감정을 통한 회복성과 함께, 과거부터 '문화 대국' 목표를 이루려는 정부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처럼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주목받게 된 것은, 민간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인프라 구축과 제도 개선 등 민간에서 하기 어려운 분야나 업계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정부가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K콘텐츠가 글로벌 플랫폼 등 확산의 기반이 폭넓게 마련되어서 전 세계적인 인기와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더 섬세하고도 전략적인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월 수출전략회의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K콘텐츠 글로벌화를 위한 3E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콘텐츠의 영토는 확장(Expansion)하고, 콘텐츠의 영역은 확대(Extension)하며, 연관산업 효과(Effect)는 극대화해서 K콘텐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먼저 '영토확장' 분야에서 콘텐츠산업 수출시장의 50%를 차지하는 중국과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북미, 유럽, 중동을 개척하려 한다. 이를 위해 전체 콘텐츠기업의 90%가 10인 미만의 중소기업임을 감안해서 해외 진출을 위한 현지 지사 역할을 하는 해외비즈니스센터를 강화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해외비즈니스센터를 현재 10개국에서 올해 15개국으로 확대하고, 2027년까지 50개소로 확대한다. 이와 함께 국내 콘텐츠 기업과 해외 바이어가 직접 만나는 K콘텐츠 엑스포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7월 영국에서는 상담액이 1억1400만 달러에 이르렀고 현지 계약 체결액만 278만 달러에 달하는 성과를 거두었는데 9월에는 미국, 멕시코 등에서도 국내 콘텐츠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 또 해외에 나가지 않더라도 수출플랫폼 '웰콘'을 통해 해외 바이어와 연결될 수 있도록 온라인 전시관도 운영한다.
'콘텐츠 영역 확대' 분야에서는 콘텐츠 지적재산권(IP)을 활성화하고 보호하고자 한다. 최근 웹툰, 드라마, 영화 등 각 분야가 서로 연계되고 그 영역이 확대되면서 원천콘텐츠 가치인 콘텐츠 IP에 대한 중요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디즈니플러스의 드라마 '무빙', 개봉 영화 '콘트리트 유토피아' 등과 같이 웹툰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통해 다시 웹툰 원작을 찾게 되는 현상에서 보듯 서로 윈-윈 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IP 사업화, 제작사와 플랫폼 간 OTT 특화지원 사업 등을 통해 중소 제작사의 IP 확보 기반을 마련해주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연관산업 간 시너지 효과 극대화' 분야는 산업간 연계 전략을 추진한다. 이미 해외에서는 K팝, 영화, 드라마 등 K콘텐츠를 향한 관심이 콘텐츠에 등장한 한국의 뷰티, 음식, 소비재 등에 관한 관심으로 연결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련 부처가 협업하는 K박람회, KOREA360(해외홍보관) 설치·운영, 한류마케팅 지원사업을 펼친다. 이를 통해 K콘텐츠를 다양한 상품까지 연계시켜 관련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연관산업의 동반 진출을 계속 도모해나간다. 내년부터는 그 지역과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부처 간 협력도 더욱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문체부는 이러한 수출전략회의를 통한 3E 전략과 함께 게임, 영화, 웹툰 등 콘텐츠 업계별 수출대책회의를 10회 진행하면서 분야별 현장 의견도 수렴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민간 기업이 계속 요청해온 '영상 콘텐츠 제작비용에 대한 세액 공제 확대'를 했고, 해외 심층 정보 제공과 현지 진출 지원을 강화하는 등 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사항을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하반기에는 문화체육관광부를 중심으로 관련 부처, 공공기관, 민간 등이 모두 참여하는 협의체인 K-콘텐츠 수출협의회를 구성해 K-콘텐츠 및 연관산업 수출전략을 수립하고 종합적인 해외진출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등 K-콘텐츠 글로벌화를 위한 논의를 확대할 예정이다.
K콘텐츠의 글로벌화는 콘텐츠산업 발전뿐 아니라 국가 간 문화 교류도 활성화하고 문화적 다양성과 이해를 촉진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국가 간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고 서로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며 문화적 혐오나 오용을 피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지 전문성을 갖춘 수출 전문인력과 번역인력을 양성할 교육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또한, 한류 소외지역과 쌍방향 문화 교류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상호 문화적 협력관계를 확고히 하고, 문화콘텐츠 산업 인력양성 공적개발원조(ODA) 등의 인적교류 사업도 활성화하고 있다.
한국인이 없는 다국적 외국인으로 구성된 K팝 걸그룹 '블랙스완'처럼 K콘텐츠의 가능성은 지금도 계속 확장되고 있다. 성장 잠재력도 충분하다. 특히 콘텐츠 산업 성장은 연관산업에까지 영향력을 미칠 뿐 아니라 대한민국에 대한 투자 촉진과 일자리를 만들어 내며 우리 경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불어넣고 있다. 결국 'K콘텐츠의 글로벌화'는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다양한 문화 간 교류를 촉진하는 소중한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다양성과의 융합, 협력의 원칙을 기반으로 한 성공적인 모델로 계속 발전시키고 혁신해 나가야 할 것임을 우리 모두 잊지 않아야겠다.
○전병극 1차관은…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제37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예술·체육·기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 경험을 쌓은 문화·예술 행정 전문가다. 문체부에서는 체육협력관, 대변인, 지역문화정책관, 문화예술정책실장 등을 역임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를 수료했다. 지난 5월 문체부 1차관으로 선임됐다. 직전까지 그랜드코리아레저 혁신경영본부장으로 재직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