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미래다'
반도체 산업이 격변을 맞이했다. 전자 제품의 중요 부품을 넘어 국가 전략 핵심 무기로 탈바꿈했다. 반도체 산업 우위를 차지하려는 세계 각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한민국은 반도체 강국이라는 위상 대비 생태계는 취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설계부터 제조를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역량이 뒤처진다는 이유에서다. 반도체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우리나라가 외교·안보·경제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반도체 생태계를 보다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에 전자신문은 반도체 생태계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미래 국가 경제를 이끌어갈 주역들을 집중 조명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 성장할 '미래 유니콘'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반도체 스타트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아우르는 견고한 생태계 조성에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 이 시리즈는 중소벤처기업부 혁신분야 창업패키지 (신산업 스타트업 육성) 사업 일환으로 서울대학교와 함께 진행한다.
차고엔지니어링은 친환경 냉매를 사용한 냉각장치를 개발한 기업이다. '프레온' 가스 대신 '헬륨'을 사용해 반도체 제조 현장에서의 온실 가스 배출을 대폭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차고엔지니어링이 개발한 냉각장치는 '크라이오 엔진(Cryo Engin)'으로 불리는 제품이다. 반도체 등 첨단 제조 설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면서 빠르게 온도 조절을 할 수 있게 돕는다.
'칠러'라고도 불리는 기존 냉각 장치들은 프레온 가스를 주로 사용해왔다. 지구온난화 주범으로 지목되는 기체다. 오존층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이에 세계 각국은 1989년 몬트리올 의정서에 합의했다. 오존층 파괴 물질을 규제하기로 한 것이다. 산업계에서는 2029년 10% 감축을 시작으로 2045년까지 프레온 가스 배출을 80% 줄여야하는 상황이다.
차고엔지니어링은 이같은 업계 온실가스 감축 행보에 대응하기 위해 프레온을 헬륨으로 대체한 냉각장치를 개발했다. 헬륨을 활용한 냉각 기술과 일부 제품이 출시된 적 있지만 산업용 냉각장치인 칠러를 대체할 정도의 제품이 나온 건 처음이다.
크라이오 엔진은 작은 크기에 성능이 우수한 것이 특징이다. 영하 200도 기준 기존 칠러 대비 50% 전력으로도 가동할 수 있다. 그러면서 크기는 8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반도체 장비는 워낙 덩치가 크기 때문에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데, 컴팩트한 냉각장치로 공장(팹)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김형규 차고엔지니어링 대표 인터뷰]
“차고에서 키우는 '칠러 국산화'의 꿈을 직원들과 실현하고 싶습니다.”
김형규 차고엔지니어링 대표는 SK하이닉스 최연소 기술 명장이자 냉동 기술 전문가다. 그가 SK하이닉스 재직 당시 반도체 공정별로 사용되는 냉각장치 칠러는 국산 기술 한계로 외산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테스트 공정에서 의존도가 심했다. 설비에 문제가 생겨도 즉각 해결이 어려웠던 경험에 김 대표는 '칠러 국산화'에 도전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칠러를 직접 만들어보고 연구개발(R&D)하면서 해외 차고(개러지) 문화에 동경이 있었다”고 말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차고에서 혁신 기술을 토대로 창업한 것이 대표 사례다. 젊은 인재가 실무 기반으로 혁신 창업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 김 대표의 철학이다.
2019년 SK하이닉스 사내벤처 프로그램 '하이개러지'를 통해 스핀오프한 차고엔지니어링은 다수 칠러와 열제어 장치, 반도체 부품 개발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친환경 냉각장치인 헬륨 기반 칠러 '크라이오 엔진'도 탄생시켰다.
김대표는 차고엔지니어링 설립 후에도 SK하이닉스 칠러 사외 전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외부에서 익힌 냉각 기술을 SK하이닉스 구성원으로 하여금 선순화이 되도록 기술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며 “차고엔지니어링 직원 대상으로도 사내 냉동 기술 교육을 꾸준히 진행, 엔지니어링 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차고엔지니어링은 친환경 냉각 기술에 보다 힘을 갖출 예정이다.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상용화 속도를 높여, 친환경 설비 시장을 정조준할 방침이다. 김 대표는 “내년 제품 출시와 양산을 추진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 브릿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