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서울에서는 팹리스와 패키징 관련 두 개의 반도체 산업 행사가 각각 열렸다. 하나는 마포구 중소기업DMC타워에서 열린 팹리스 챌린지 시상식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삼성전자가 기술성이 우수하고 글로벌 진출 가능성이 높은 5개 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에 시제품 제작을 지원한다.
같은 날 서초구 엘타워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하나마이크론, 프로텍, 사피온코리아, 심텍 등 국내 대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관계자가 모였다. 반도체 첨단 패키징 기술 개발 업무협약을 맺고, 첨단 패키징 초격차 기술 협업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전날 산업부는 글로벌 스타팹리스20 출범식도 개최했다. 정부가 20개 선정기업에 시제품제작, 금융, 마케팅, 설계인력 육성 등 지원 정책에 우대 기준을 적용하는 사업이다.
팹리스와 패키징은 대기업 메모리 중심으로 성장해온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에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분야다. 실제로 세계 50위 내 팹리스 중 국내 기업은 LX세미콘 뿐이다.
패키징 분야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세계 10대 반도체 후공정(OSAT) 기업에 한국 기업은 없다.
국내 반도체 현실을 지적할 때마다 자주 비교되는 것이 대만 반도체 생태계다. 대만 반도체 산업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1위, 팹리스 2위, 패키징·테스트 2위로 각 분야가 고루 발전했다. 그 결과로 글로벌 기업이 앞다퉈 대만 기업을 찾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대기업만 떠오르는 국내 반도체 생태계와 대비된다.
부실한 반도체 생태계를 육성하려면 팹리스부터 파운드리, 패키징 등 반도체 생태계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정부 연구개발(R&D)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 반도체 산업은 전방부터 후방까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설계자산(IP)부터 디자인하우스, 파운드리, 패키징까지 칩 제작 전 과정에 참여하는 기업이 컨소시엄 형태로 새로운 반도체 기술을 개발한다면, 반도체 기업 간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반도체 핵심 기술 국산화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반도체 1개를 제조하는데 보통 70개의 IP를 활용한다. IP 시장은 해외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해외 기업의 IP를 활용한 반도체 칩 제작이 아닌, 국산 IP를 활용한 첨단 반도체 기술 공동 연구가 이뤄진다면 반도체 기술 수준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규모의 경제로 작동하는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선도 기업간 협력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개별 기업이나 공정 중심 지원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틀 간 세 개의 반도체 행사가 따로 여는 것이 아닌, 파운드리와 팹리스, 패키징까지 아우르는 국내 반도체 생태계 종합 지원 방안이 절실하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