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데이터가 바꾸는 리테일 부동산 시장

디지털 전환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이 됐다. 이는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하던 부동산 업계도 움직이게 했다. 지지부진하던 디지털 전환이 팬데믹으로 급물살을 탔고, 각종 부동산 업무에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기술을 결합한 프롭테크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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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스위트스팟 대표

한국프롭테크포럼에 따르면 지난해 프롭테크 기업의 연 매출은 2조원에 육박했다. 투자 혹한기가 무색하게 프롭테크 시장에 유입된 투자금은 1조2040억원으로 2년 연속 1조원을 넘겼다. 이는 프롭테크가 시장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임을 방증한다.

부동산 시장 혁신을 이끌고 있는 프롭테크 산업은 이제 '데이터'에 주목하고 있다. 공급자가 정보를 독점해 발품을 팔아야만 가능했던 부동산 거래에 데이터를 접목해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다.

특히 엔데믹 이후 팝업스토어를 필두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리테일 부동산 시장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비즈니스인 만큼 유의미한 결과를 내려면 기존처럼 개인의 감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유동 인구, 인근 상권 등 철저한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합리적인 선택이 필수기 때문이다.

그간 리테일 부동산 시장은 규모에 비해 주먹구구식 진행이 횡행했다. 공간 정보는 오직 중개인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었고, 그마저도 객관성이 떨어졌다. 그나마 성공 확률을 높이는 방법은 이미 알짜 유휴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벤더를 수소문해 임차를 의뢰하는 것이었다.

필자가 운영하는 스위트스팟은 이러한 방식을 타파하고자 리테일 팝업스토어 매칭과 임대차 대행에 데이터를 적극 도입했다. 사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팝업스토어를 진행했다. 브랜드, 공간, 상권, 매출 등 리테일과 부동산에 관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비축한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독자적인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브랜드가 팝업스토어를 의뢰하면 유사 카테고리 및 상품군을 지난 타 브랜드 사례를 분석해 가장 높은 실적을 창출할 수 있는 공간과 매칭시킨다.

데이터는 상업용 부동산 장기 임대 프로젝트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예컨대 대형 아케이드 구성 시 기존 공간 및 테넌트 데이터와 온라인상 수집 가능한 데이터(평점, 검색량, 고객군 정보 등)가 받쳐 준다면 주변 특성과 어우러지는 아케이드 큐레이션과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신규 입점 테넌트를 결정 짓는데 더욱 용이하기 때문이다.

데이터의 축적과 활용이 모체가 된 프롭테크에 AI 기술이 접목된다면 그 효율은 배가될 것이다. 이미 커머스, 교육, 의료 등 여러 산업군에서 데이터와 AI 결합 사례를 봤을 때 프롭테크 역시 마찬가지로 의사결정의 효율은 유지하는 반면 시간과 인력 등 리소스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어떤 산업이든 데이터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데이터를 적절하게 가공하고 유의미한 가치로 활용하는 것은 저마다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아직까지 리테일 부동산 시장은 브랜드 경험이나 판매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게 현실이다. 고객이 남긴 파편적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해와 분석이 병행되는 산업 문화가 정착하면 비약적인 시장 발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해본다.

김정수 스위트스팟 대표 jaykim@sweets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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