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 탐색·신청 온라인 진행
데이터 변형 없고 신속하게 분석
美 규제 완화…작년 DCT 비중 10%
국내는 비대면 진료 불허 등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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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화이자, 모더나는 통상 5~10년 걸리는 백신 개발을 300일 이내에 마쳤다. 이 같은 빅파마 성공 뒤에는 바로 분산형 임상시험(DCT)이 있었다. 코로나19 당시 미국은 임상시험 약 7~10%가 중단될 만큼 기존 대면 방식 임상 진행이 어려웠다. 빅파마는 DCT 디지털 인프라를 갖춘 메디데이터, 아이큐비아 같은 CRO(임상시험수탁기관)와 함께 약 5개월 이내 4만명이 넘는 전 세계 참가자를 모집, 임상3상을 마칠 수 있었다.

시장조사업체 퓨처 마켓 인사이트(Future Market Insights)에 따르면 세계 DCT 시장 규모는 2027년 14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메디테크 인사이트(Medi-Tech Insights) 역시 DCT 시장이 2021년 88억달러에서 2026년 142억달러 규모로 매년 10% 이상 성장할 것이라 예측했다.

DCT의 장점은 △환자 편의성 증대로 환자 모집 속도와 참여율 증가 △간접비 절감·시간 단축으로 비용 효율성 증가 △자동화 프로세스 등이다. 임상시험 대상자는 직접 방문 없이 임상시험 탐색부터 신청까지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다. 복잡한 서류 작업과 동의서 작성 또한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시약 투여 또는 의사 진료를 위해 대형병원에 내방하지 않아도 된다. 시약은 환자에게 직배송되거나 간호사가 방문해 시약을 투여한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환자 중심 임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임상시험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임상시험 대상자에게 편리할 뿐만 아니라 CRO, 임상·의료 기관, 제약사 역시 편리해진다. DCT를 위한 디지털 솔루션을 활용할 경우 임상 데이터 변형이나 누락 없이 고품질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데이터가 바로 클라우드에 저장돼 자료를 원격으로 검토할 수 있다. 제약사가 신속하게 임상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고, 상황에 맞게 임상 디자인을 수정해 신약개발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국내 DCT 비율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다. 임상연구동향 매체인 클리니컬 트라이얼 아레나(Clinical Trials Arena)는 지난해 12월 우리나라 DCT 비율이 1.1%라고 발표했다. 영국 14.6%, 호주 13.4%, 미국 8.4% 등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미국은 2015년 DCT 비중이 3.8%였지만 2022년 10%까지 증가했다. 스페인은 DCT 기술 도입이 활발한 국가 중 하나로 eConsent, eSignature, ePRO 등 DCT 기술을 대부분 도입했다. 이처럼 각 국은 규제 개선에 적극적이다. 덴마크 의약품 규제기관은 2021년 세계 최초로 DCT 지침서를 발표했다.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같은 해 12월 분산형 임상에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어 유럽, 스웨덴, 스위스, 중국 등 다수의 국가에서도 제도 및 지침을 마련했다.

미국 FDA는 한 발 더 나아가 지난 3월 '임상연구에서의 전자 시스템, 전자 기록 및 전자 서명' 지침을 발표했다. 전자 기록과 전자 서명을 종이 문서 기록 및 수기 서명과 동등한 것으로 허용하는 '21 CFR Part 11'의 요구사항 및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임상연구 데이터를 원격으로 획득하는 디지털 헬스 기술(DHT)과 전자 기록 관리에 활용되는 IT솔루션에 21 CFR Part 11 지침을 적용할 수 있다.

올해 5월에는 아예 실무에 특화된 지침 초안을 발표했다. '의약품, 생물학적 제제 및 의료기기에 대한 분산형 임상시험' 지침에서는 DCT 설계부터 원격 임상시험을 위한 방문 활동, 디지털 헬스 기술(DHT) 활용, 임상시험용 제품(의약품, 생물학적 제제, 의료기기 등) 포장과 배송에 이르기까지 DCT 수행 과정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권장사항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다만 국내는 현행법상 비대면 진료 불허, 약 배송 불가, 전자동의서 관련 정부 가이드라인의 부재 등으로 DCT 도입이 원활하지 않다. 때문에 우리 정부도 DCT 규제 개선과 도입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내놓겠다 했지만 여전히 논의중이다.


국내 DCT 업계 관계자는 “신약은 생명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이다 보니 일정 수준의 규제는 필요하지만, 데이터 수집 등에서 기술적 검증이 되면 믿고 도입해도 될 것 같다”면서 “국내는 비대면 약배송이 완전 막혀 있는 상황인데, 유연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FDA는 DCT 규제 완화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어서 국내도 이 흐름을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