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의 소환을 정치 탄압으로 규정한 뒤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아울러 검찰과 정부를 향해 비판의 메시지를 남기며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희생양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17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 출석하기 전 입장문을 통해 “검사독재정권은 나를 죽이는 것이 필생의 과제이겠지만 내 사명은 오로지 민생”이라며 “우리 속에 넓게 퍼진 공포감과 두려움을 투쟁의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면, 공포통치를 종식하고 민주정치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희생제물이 되겠다”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백현동 의혹과 관련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이 대표를 소환했다.
이 대표는 결백을 주장했다. 이 대표는 “권력이 아니라 세상을 바꿀 권한을 원했다. 공직은 지위나 명예가 아니라 책임과 소명이었다”면서 “위임받은 권한은 오로지 국민을 위해서만 사용했고 단 한 푼의 사익도 취한 적이 없다”고 했다.
또 “티끌만 한 부정이라도 있었다면 십여년에 걸친 수백번의 압수수색과 권력의 탄압으로 이미 가루가 되어 사라졌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울러 자신에 대한 소환조사를 정치 탄압으로 규정한 뒤 앞으로도 검찰의 수사에 당당하게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비회기 중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라고 공개적으로 검찰을 압박했다. 이는 검찰이 이 대표 측에 '방탄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회기 중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비회기 중 검찰로부터 체포영장이 나오면 본회의 과정 없이 곧바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말도 안 되는 조작 수사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면 제 발로 출석해서 심사받겠다. 나를 보호하기 위한 국회는 따로 열리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은 정치가 아니라 수사를 해야 한다. 회기 중 영장 청구로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꼼수를 포기하고 당당하게 비회기 때 청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정권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도 남겼다. 이 대표는 “어떤 혼란이 일어나도 끝내 진실은 드러난다. 국민은 승리한다”면서 “왕정 시대 왕들조차 백성을 두려워했고 백성의 힘으로 왕정을 뒤집었던 것처럼 국민을 무시하고 억압하는 권력은 결코 오래갈 수 없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집단지성체로 진화해서 세계사에 유례없는 무혈촛불혁명을 완성했던 우리 국민들은 반드시 다시 떨쳐 일어나서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 다시 만들어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역사의 심판에는 시효가 없다. 정권의 이 무도한 폭력과 억압도 반드시 심판받고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