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G2간 갈등이 본격화한 지 5년 남짓됐다. 초기에는 양국간 무역의존도가 줄 것이라 예상되는 큰 트렌드를 디커플링이라고 지칭했다. 올 3월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단어인 디리스킹은 과도한 대중 경제의존을 줄여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의미다. 안보나 미국의 패권유지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최첨단 기술이나 물자가 중국에 들어가는 것을 막는 것은 물론이고, 그간 경제적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해 가격경쟁력을 가진 중국 제조업에 크게 의존했던 것을 줄여, 안전한 공급망과 자국 제조업을 다시 재건하겠다는 말이다.
코로나19 기간 경제성장이 후퇴하고, 지난 해부터 금리상승과 시장환경이 어려워지며, 경제를 위해 거대한 중국시장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은 복잡한 마음이 담긴 단어가 디리스킹이기도 하다.
디리스킹 개념과 함께 중국의존도가 심했던 글로벌 공급망도 미국 등 소비시장이 있는 국가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온쇼어링(onshoring)이나, 동맹 또는 우호관계가 있는 나라끼리 생산에서의 비교우위론을 기반으로 공급망을 공유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이 지난 해 하반기부터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업종에 따라 한국 기업은 디리스킹의 수혜를 누리기도, 피해를 보기도 하는 상황이다.
또한 기존에 중국이 가입되어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 서서히 변화가 일면서 새로운 무역협정이 만들어지고, 기후변화 등에 대비해 탈탄소화 등을 지향하는 협약이 추진되고 있다. 과거 세계화 시대에 경제적 효율을 최우선으로 만들어졌던 생산과 공급사슬이 안전과 보안, 예상되는 위험방지 등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중국의존도가 90%이상인 희토류 중, 특히 반도체나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희토류를 중심으로 중국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한 타 지역으로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희토류 공급망 재편을 위해 계획된 투자 예상액이 현재 1조5000억달러에 이른다. 미국, 유럽, 한국, 일본 등 향후 20년간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시설 투자 예상액은 7조 달러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상반기부터 중국의 자동차 수출대수가 일본과 독일을 추월해 세계 1위가 됐고, 그 중심이 전기차라는 점에서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을 위한 시설투자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결국 제조업과 관련한 디리스킹의 핵심이 반도체와 관련 장비, 전기차와 배터리, 그리고 희토류가 되면서, 이러한 설비투자와 자원개발 등이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가 되고 있다. 전기차 보급 확산을 촉발시킨 회사는 미국의 테슬라이지만, 전기차 관련 생산능력과 보급률, 그리고 수출에서 가장 두각을 보이는 나라는 중국이다. 따라서 미국, 유럽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전기차 생산·보급이 확산되면서 상대적으로 내연기관 차량의 생산·판매가 줄고 있다. 특히 향후 차기 고성능 전기차를 만들기 위한 투자의 핵심인 배터리 생산 및 공급망에 대한 투자가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관련기업은 중국에서보다 훨씬 높은 환경기준 등이 포함된 ESG를 준수해야 한다.
지금까지 세계가 사용하던 희토류는 대부분 보편적 기준이하의 인권이나 환경기준에서 생산됐던 중국산 희토류다. 디리스킹으로 인해 앞으로 기업은 점차 다른 지역의 희토류를 채굴해, 가공시설도 중국 이외 지역에 설치해 보다 강화된 환경 기준과 개선된 노동환경에서 희토류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당장은 완성품의 가격상승이 있겠으나, 전문가들은 시간을 두고 신기술 개발이나 생산량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효과 등으로 극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디리스킹과 함께 동반되는 기술패권 전쟁의 핵심도 결국은 반도체, 위성, 인공지능(AI) 등으로 집중될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반도체 기술 발전을 통한 전력소비량 감소, 위성과 AI를 활용한 각종 산업과 유통에서의 효율성 증대로 연결될 것이고, 궁극적으로 친환경과 경제적 효율성을 만들어 낼 것이다.
김동환 전 하나벤처스 대표이사 alex.kim@hana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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