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키파운드리가 1년 반만에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를 재개했다. MPW는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가 시제품을 생산하도록 파운드리 공정 라인을 제공하는 것으로, 키파운드리는 지난해부터 이를 중단한 바 있다. 반도체 불황에 대응해 미래 고객을 발굴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키파운드리는 지난달 130나노미터(㎚) 공정 2회를 시작으로 MPW 서비스를 시작했다. 2021년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던 MPW 서비스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키파운드리는 올 하반기에만 7회 MPW를 제공할 계획이다. 5회 안팎을 제공하던 2021년보다 늘었다.
내년 MPW 서비스 일정도 사전 공개했다. 내년은 총 12회로 늘린다. 구체적으로 130㎚ 6회, 180㎚ 6회다.
전력반도체, 차량용반도체, 터치센서 등을 개발하는 팹리스는 키파운드리 MPW 재개로 시제품 제작 기회를 확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키파운드리는 8인치 웨이퍼 전문 파운드리로 첨단 공정보다는 범용 반도체를 위한 성숙공정을 제공한다.
MPW는 한장의 웨이퍼에 여러 종류의 반도체를 제작하기 때문에 비용을 절약하면서 제품 성능 검증이나 양산성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자금력이 충분치 않은 팹리스 업계가 시스템 반도체 산업 발전과 파운드리와의 상생 협력을 위해 MPW를 확대해달라고 지속 요구하는 이유다.
키파운드리 행보는 팹리스 업계 요구에 대한 대응과 동시에 잠재 고객 확보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최근 파운드리 업계는 반도체 시장 침체에 따라 기존 고객의 위탁 생산 물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신규 고객 발굴이 시급한 상황이다.
키파운드리가 SK하이닉스에 인수된 점도 MPW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키파운드리 인수를 완료하고, 기존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중국으로 이전 한 바 있다. 국내 팹리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키파운드와 고객사가 접점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도 앞서 내년 MPW 일정을 사전 공개한 바 있다. 삼성은 올해보다 3회 늘어난 32회를 내년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PW 제공 횟수를 늘려 국내외 팹리스 고객의 시제품 제작 기회를 지속 확대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2021년 반도체 업계를 강타했던 공급부족 사태가 해소되면서 파운드리 업계에서 MPW 늘려 미래 고객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잇따를 것”이라며 “정부와 업계에서 강조하는 상생 협력 기조도 MPW 확대에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