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133〉다같이 어우러져야 하는 복잡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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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 포항공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모이면 달라진다.” 필자가 전공한 복잡계에서 금지옥엽같이 여기는 말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유행이 끝났다고 생각했는 데 요즘 다시 확산되는 모양새가 심상치 않다. 세계가 오밀조밀 연결되고 많은 사람이 오가는 탓에 바이러스는 과거보다 쉽게 퍼진다.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를 맴돌며 잠복해 있다가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2013년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영국 내 도시보다 런던과 뉴욕 사이의 바이러스 전파가 훨씬 쉽다. 쉴 새 없이 대서양을 건너는 비행기가 사람 뿐 아니라 바이러스도 실어 나르는 탓이다.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멀리까지 바이러스가 퍼지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지구촌 시대에는 바이러스가 다닐 지름길이 너무도 많다. 비행기보다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빛을 활용한 통신은 더욱 빠르게 정보를 전달한다.

바이러스나 정보의 전달은 복잡계 연구자들의 대표적인 연구 분야다. 복잡계는 수많은 구성요소가 얼기설기 얽혀있고, 이들끼리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상호작용한다. 비행기는 복잡계 안에서 바이러스가 빨리 흘러가는 지름길 역할을 한다. 과거 바이러스와 관련된 정보는 사람들의 입과 귀를 통해 전해졌다. 요즘은 전화나 인터넷으로 전파된다. 인류를 공격하는 바이러스도 지름길을 갖게 되었고, 방어하는 정보도 급행으로 전달된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때 많은 복잡계 연구자들이 바이러스 유행 추이를 분석한 배경이다.

가짜뉴스나 인위적인 댓글 확산이 문제되는 요즘이다. 과거에는 바다를 한 번에 냅다 건너는 지름길이 없었다. 바이러스는 걸어 다니거나 말을 타는 사람을 따라 움직였고, 정보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지름길이 있는 현대 사회에 과거의 패러다임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정보를 통제한다고 해서 확산을 완전히 막을 수 없다. 막으려 한들 괜히 가짜뉴스나 괴담만 늘어날 뿐이다.

과거에는 정부가 모든 정보를 갖고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옳은 판단을 한다고 여겼다. 그래서 정부나 소수의 엘리트 집단이 모든 것을 이끄는 것을 당연시 여겼다. 정부가 가진 정보가 완벽할 리 없으며, 항상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기대도 없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제는 정보나 정책이 정부 주도의 일방통행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하는 협치의 시대이다.

나아가 객관성에 기반한 정보와 합리적인 판단, 과학적인 결정 과정이 필요하다. 개인의 경험이나 통찰만으로는 충분한 정보나 전문성을 가질 수 없다. 자칫하면 편협된 이념이나 고집으로 흐르기 쉽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플랫폼,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복잡계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으면서, 모이면 달라지는 세상이다. 하나하나 따로 보았을 때는 모르던 면이, 함께 있으면 드러난다. 코끼리 다리만 보고서 다 아는 것처럼 허풍 떨어서는 안 된다. 많은 과학자들이 기술을 개발하고, 기업은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소비자의 관심을 받지 못할 때, 특히 첨단 기술과 제품을 내놓은 경우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뒤쳐진 시장 탓을 한다.

시장과 기술이 연결되어 있고, 둘을 함께 모아서 봐야만 한다는 걸 모르는 이야기이다. 아무리 뛰어난 제품도 시장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실패한다. 기술과 시장이 연결되어 있고, 함께 해야만 한다는 걸 모르는 것이다. 비단 기술만이 아니다. 정보도 학문도 세상과 함께 연결되어 호흡해야 비로소 가치를 갖는다. 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에서 모두 함께 힘을 모아 살아가라는 것이다. 과연 이런 면에서 우리는 점점 발전하고 있는가, 아니면 날로 퇴보하고 있는가?

정우성 포항공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wsjung@pos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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