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고자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시도했다는 의혹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국정조사나 국회 운영위원회 개최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국토부의 해명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은 데다 관련 자료 제출에 비협조적이라고 지적하며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대통령 처가 고속도로 게이트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대통령 처가 고속도로 게이트 문제는 아주 간명하다. 누가 왜 무엇을 위해, 어떤 절차를 거쳐 노선을 변경하려 했는지다”라며 “국정조사를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하남시 감일동과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을 잇는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두물머리 이용객 등의 교통량 분산을 위해 추진해왔다. 해당 고속도로는 2022년 2월에 나온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까지만 해도 종점이 양평군 양서면이었다. 그러나 올해 5월 발표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는 해당 고속도로의 종점이 '강상면'으로 변경돼 발표됐다. 이후 강상면 인근에 김건희 여사 일가의 토지 보유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들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종점이 변경된 것이라는 의혹이 나온 상황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 관련 당정협의회 이후 취재진에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노선 검토는 물론 도로 개설 사업 추진을 전면 중단하고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된 사항을 백지화하겠다”며 “정말 필요한 노선이라면 다음 정부에서 하라. 장관직은 물론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말했다. 이후 정부·여당은 민주당의 공세를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있다.
이날 특위 위원들은 다양한 의혹을 제기했다. 우선 최인호 민주당 의원은 결론을 먼저 내린 뒤 관련 용역을 시작했다며 물음표를 던졌다. 김 의원은 타당성 조사가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최인호 의원은 “결론부터 내놓고 용역을 시작했다. 국토부가 3월 29일에 타당성 평가 조사 계약 체결을 한 뒤 48일 만에 용역회사가 종점 변경안을 제시했다”며 “휴일을 빼고 나면 한 달여 만에 종점 변경안이 제시된 것”이라고 말했다.
양평 공흥지구와 관련이 있는 양평군청 내부 인물이 연루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의겸 의원은 검찰의 공소장을 입수했다며 “안 모 국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처가에게 특혜를 준 중심적인 인물이다. 해당 인물은 (공흥지구 아파트 관련 문제로) 경찰·검찰의 수사를 받는 몸이었다”며 “그런데 정권이 바뀐 7월에 국민의힘 소속 군수가 취임하자마자 국장으로 승진했다. 7월 7일에 승진했는데 이때 다른 양평군 인사가 없었다”고 했다.
아울러 “국장 승진 이후 처음으로 한 결재는 고속도로 종점을 바꾸는 일이었다. 7월 18일에 국토부가 1차 관계기관 협의 요청이란 명목으로 양평군 의견 물었고 8일 만인 26일에 세 가지 안을 제시하면서 종점을 바꿀 수 있는 빌미와 근거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흔한 의견 수렴이나 간단한 현장 조사 등 아무것도 없었다”며 “단순하게 우연이 겹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인근에 김 여사 일가의 추가 필지를 발견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국정조사나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 의원은 “관련 의혹을 풀기 위해 지난주 월요일에 자료 제출을 요청했는데 아직도 자료를 보내지 않고 있다. 국토부가 숨기려는 태도 때문에 국정조사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도 “대통령 부부 관련 의혹인데도 대통령실은 전혀 답변이 없다”며 원내지도부에 운영위 소집을 요청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