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 연장을 거부하면서 협정이 만료된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 은행의 국제 결제망 재가입 등 협정 복귀에 필요한 선결조건을 재차 제시했다.
19일(현지시간) 코메르산트 러시아 매체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주재한 화상 국무회의에서 흑해 곡물협정을 연장하지 않은 이유가 서방에 있다고 하면서 협정 복귀에 필요한 조건을 제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흑해곡물협정을 이행함으로써 자제와 관용의 기적을 보여줬다”면서 “하지만 아무도 협정에 대한 의무와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 러시아에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요구했을 뿐이다. 서방은 거래를 탈선하기 위한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흑해곡물협정이 러시아 농업인들에게 12억 달러(약 1조 5160억원)의 손실을 초래했다고 주장하면서 “협정의 연장은 모든 의미를 상실했다”고 말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은 5가지 핵심 요구사항을 서방이 이행한다면 즉시 거래에 복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가 내건 조건은 △러시아농업은행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재가입 △농기계 및 예비부품의 대러 수출 재개 △러시아 선박·화물의 보험 가입 및 항만 접안 제한 조치 해제 △비료 수출용 암모니아 수송관의 우크라이나 구간 복원 △러시아 비료회사의 계좌 동결 철회 등이다.
흑해곡물협정은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글로벌 식량 우려가 커지면서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같은해 7월 체결된 협정이다.
이 협정으로 러시아는 흑해 연안 주요 항구에 대한 봉쇄를 풀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허용하고 서방은 러시아의 식량 및 비료 수출을 방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11월부터 3차례 연장됐지만, 지난 17일 러시아가 추가 연장을 거부하면서 만료됐다.
한편,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협정 복귀 조건을 내건 당일 러시아 국방부는 “20일 0시부터 흑해에서 우크라이나 항구로 항해하는 모든 선박을 군용 화물선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또한 해당 선박이 내건 국기의 국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연루된 분쟁 당사자로 간주한다”며 “흑해 국제 수역의 남동부와 북서부 지역은 당분간 항행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구역”이라고 덧붙였다. 협정이 종료됐으니 우크라이나로 이동하는 화물선을 군용으로 간주하고 공격을 가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