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 골프를 쳤다는 논란 이후 부적절한 해명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홍준표 대구시장이 결국 고개를 숙였다. 이는 홍 시장에 대한 징계가 필요하다는 당내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9일 대구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해로 상처 입은 국민과 당원동지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폭우가 한참이던 지난 15일 골프를 즐긴 뒤 '대통령을 제외한 공직자의 주말은 자유'라는 취지로 해명해 더욱 논란이 됐다. 특히 지난 17일 국회에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면담한 뒤 취재진에 “기자들은 주말에 나오라면 나오나. 주말에 공무원은 자유롭게 개인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홍 시장은 폭우 대응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홍 시장은 “지난 15일 오전 대구지역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당시 대구시는 여름철 자연 재난 종합대책에 따라 비상 2단계 체제로 행정부시장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총괄·관리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10시 신천 물놀이장 개장식도 예정대로 진행됐고 개장식을 마친 뒤 11시 반경부터 한 시간가량 운동하다가 비가 와서 그만두고 돌아왔다”며 “주말 일정이고 재난 대응 매뉴얼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폭우 골프에 대한 비판에 결국 고개를 숙였다. 논란 발생 나흘 만이다. 당내에서는 홍 시장을 징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 데다 부적절한 해명으로 인해 여론이 더 악화된 탓이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20일 홍 시장의 수해 골프 논란과 관련해 징계 절차 개시 여부의 건을 상정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는 윤리위가 직권 상정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김기현 대표의 지시에 따라 국민의힘 사무처가 폭우 골프 관련 진상조사를 하는 것과는 별개다. 국민의힘에서 이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만약 윤리위가 징계 절차를 개시하면 홍 시장은 경고·당원권 정지·탈당 권유·제명 중 하나를 받게 된다.
홍 시장은 “전국적으로 수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은 받아들인다”고 반성했다. 아울러 “원칙과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국민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한편 연합뉴스에 따르면 홍 시장이 골프를 친 시간 대구는 공무원 비상근무 제2호가 발령된 상태였다. 비상근무 2호 때는 소속 직원의 연가가 중지되고 전 직원의 20% 이상이 비상근무를 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