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닌 ‘방향’

지난달 삼성전자는 갑작스러운 경영진 인사설이 불거지면서 시끄러운 시간을 보냈다. 7월 시작과 함께 대표이사를 시작으로 주요 사업부장(사장)이 바뀌며 세대교체가 이뤄진다는 게 인사설의 주된 내용이다.

인사설 초기에는 올해 실적이 좋지 않지만 정기인사가 5개월이나 남은 시점에서 무리하게 최고경영진을 교체하겠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럴싸한 배경과 구체적인 인물까지 거론되자 지라시가 아닌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로 포장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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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초사옥

'7월 인사설'은 사실이었지만 내용은 전혀 달랐다. 7월 들어 반도체(DS) 등 일부 사업부의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이 있었지만 통상적인 수준이었다. 지라시 내용처럼 대표를 포함한 사장단 인사는 없었다.

이를 두고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동안 삼성전자를 둘러싼 인사 소문엔 '알 수 없다' 혹은 '확인이 안된다'라는 대응이었으나 이번엔 '절대 아니다'라고 단언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설익은 인사설은 그만큼 삼성전자가 위기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분기 95.5%, 2분기 95.7%씩 급감했다. 주력 분야인 반도체 부문 적자가 컸다. 굳건하던 국내 영업이익 선두 타이틀은 현대차에 뺏겼고, 경쟁사인 LG전자에도 밀렸다. 이대로 있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속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지라시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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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모빌리티부 정용철

외부의 기대와 달리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오히려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인사설 중심에 있는 최고경영진부터 부담감이 커진다. 최고경영진은 사실관계를 떠나 이런 소문에 언급되는 것 자체로 리더십에 흠집이 난다.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시점에서 교체설이 나왔다는 점은 분명 부담이다.

최고경영진 교체설의 불씨 중 하나로 지목된 DX부문 생활가전사업부도 분위기는 무겁다. 가전은 반도체 부진 때 이를 만회하고, 삼성이란 브랜드를 세계 소비자들에게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부터 세탁기 불량 사태와 갑작스러운 생활가전사업부장 사임, 경쟁사의 글로벌 생활가전 시장 선두 등극으로 갈수록 자존감을 잃고 있다. 내부에서도 '아픈 손가락' 취급받는 상황에서 수장 교체 원인으로까지 지목되면서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 있다.

이제 모두의 관심은 정기인사 시즌인 12월로 향한다. '7월 인사설' 지라시가 사실은 아니었지만 삼성전자 변화의 예고편이었을 수도 있다.

다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다. 지금 당장의 부진을 가리느라 인사 속도와 강도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시기보다는 변화의 목적과 지향점을 제대로 찾는 것이 인사의 핵심이 돼야 한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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