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선안, 업계와 입장차
대기업 “사업 적어 조정 필요”
중견기업 “세부 조건 마련을”
정부가 1000억원 이상 대형 공공 소프트웨어(SW)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는 '상호출자제한기업(대기업) 참여제한제도' 완화 방침을 내놓았다.
대기업은 1000억원 이상 공공 SW사업이 드물어 달라질 것이 없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췄다. 중견기업은 발주처가 여러 사업을 통합해 사업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만큼 1000억원 이상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30일 업계와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공공SW 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개선 방안을 공유했다.
△1000억원 이상 대형 사업과 설계·기획 사업(ISP 등)은 대기업 참여 전면 허용 △대기업 참여인정 사업 또는 1000억원 이상 사업은 중소기업 참여지분율 만점 기준을 기존 50%에서 40%로 하향 조정 △대형 사업에 한해 컨소시엄 구성원 10인 이하, 최소지분율 5% 이상으로 조정 등이 핵심이다.
과기정통부는 개선안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위한 시장 환경과 클라우드 중심 시장 개편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 예상했다.
최근 5년간 대기업참여제한 예외심의 대상 사업 가운데 1000억원 이상 대형 사업은 6.5%(19건)에 불과했다. 사업수가 적은 만큼 제도 시행으로 인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과기정통부 분석이다.
클라우드 분야도 마찬가지다. 최근 3년간 디지털서비스(클라우드) 계약 중 500억원 이상 사업은 없었다. 1000억원 이상 대형 사업에서 대기업 참여제한이 완화되더라도 정부의 클라우드 우선 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는 적다는 판단이다.
업계 의견은 나뉜다. 대형 SW사업 기준을 놓고 정부와 입장차가 명확하다.
대기업은 대형 SW사업 기준에 부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대기업 관계자는 “1000억원 이상 사업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참여가 허용되더라도 사업 환경이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며 “(1000억원 이하로) 금액을 낮추는 등 (대기업도 납득할 만한) 합리적 금액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견기업은 1000억원의 세부 조건 마련을 강조했다. 중견기업 관계자는 “1000억원 이상 사업이라도 하더라도 신규발주, 유지보수, 하드웨어 포함 사업 등 사업 성격에 따라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며 “성격이 다른 사업을 합산해 인위적으로 1000억원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단순 1000억원이 아니라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토론회에서 제기된 업계 의견을 검토해 최종 제도개선안을 도출할 방침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정부가 그동안 고심한 개선안을 업계와 공유했고 이번 논의와 함께 발주처 입장까지 종합해 최종 개선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혁신추진단 관계자는 “제한적이라도 대기업 참여를 허용했다는 점은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대형 공공 사업 기준과 관련해 발주기관과 대기업, 중견기업 간 의견을 잘 참고해 최종안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종 개선안을 확정해도 국회 통과 과정이 남아 있어 최종 시행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가 여러 현안으로 회의조차 제대로 열리지 않는 상황이라 연내 통과 가능성을 예상하기 어렵다”며 “대형 SW사업 기준 등 업계 이견 사항에 대해서도 여야가 공감할 만한 수준의 최종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