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정부가 아시아개발은행(ADB) 투자 유치를 통해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이르면 연내 발효될 한-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를 계기로 자체 완성차·부품 제조기업이 없는 필리핀 전기차 시장에서 공급망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 29일(현지시간)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필리핀 정부의 전기버스 전환 첫 프로젝트로 다바오시에 10억달러 대출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필리핀 대중교통 프로젝트 중 최대 규모로 진행되는 다바오 대중교통 현대화 사업은 필리핀 대중교통 시스템 정비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ADB 재원이 10억달러 투입되며 필리핀 정부는 약 1100대 최신 전기버스를 구매할 계획이다. 버스정류장 1000개, 버스차고지 5개, 버스터미널 3개가 들어서고 하루 이용 승객은 약 8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버스위치시스템, 자동요금징수시스템, 버스·터미널·창고 와이파이 등을 포함 포함하는 지능형 교통 시스템이 구축된다. 이번 전기버스 전환 프로젝트로 필리핀 3대 인구 도시인 다바오시의 연간 온실가스배출량의 60%를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필리핀 정부는 작년 7월 전기차산업발전법(EVIDA)을 발효하고 전기차 산업을 위한 포괄적 로드맵(CREVI)을 발표했다. 완성차, 부품, 전기차충전소, 전기차 관련 기술 교육(R&D) 산업 등에 대한 재정적·비재정적 지원을 한다. 필리핀 최대 유통기업인 SM그룹은 SM쇼핑몰 내 전기차충전소 설치사업을 시작했고, 메트로마닐라 지역을 중심으로 쇼핑몰에 전기차충전소 설치를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아태지역 개도국을 중심으로 ADB 등 다자개발은행(MDB) 자금을 받아 전기이륜차, 초소형전기차부터 전기버스에 이르기까지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대다수 개도국은 자체 완성차·부품 제조기업이 없어 국내 기업에 시장 형성 초기에 공급망 선점을 할 기회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필리핀은 지난 6월 2일 발효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이어 연내 한-필리핀 FTA가 발효되면 양국간 전기차 분야 경제교류가 활성화되고 한국 부품기업의 현지진출 기반이 마련될 전망이다. 전기버스·전기트럭·전기이륜차 등 전기 다목적차 시험평가와 충전시설 인프라 구축, 자동차부품 연구개발(R&D) 기술지원 등 협력 강화도 기대된다.
송지용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 사무국장은 “한국은 대체적으로 e모빌리티의 성능과 안전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동남아의 경우 저렴한 가격, 높은 주행거리, 적재량 등을 중요하게 본다”면서 “동남아 전체적으로 수입 완성차에 대한 관세가 크다는 점, 세부적으로 e모빌리티 인프라가 부족한 필리핀, 부품 현지화율이 낮은 베트남, 기술협력 수요가 커지고 있는 태국 등 국가별 상황을 고려해 해외진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