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가 2분기 주력인 석유화학 사업의 실적 개선에 성공했지만 웃지 못하고 있다. 업황 회복이 지연될 징후 또한 관측되면서 일시적 반등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LG화학, 롯데케미칼이 2분기에 나란히 석유화학사업 부문에서 흑자전환를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1분기를 포함, 4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롯데케미칼은 2분기 300억원~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기초소재 부문, 타이탄이 부진하지만 ABS, PC 등 첨단소재 부문과 롯데정밀화학,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이 흑자전환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LG화학도 2분기, 석유화학 부문의 흑자전환이 유력시된다. 1분기 석유화학 사업에서 500억원 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이번 분기, 1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추산됐다.
석유화학 업계 1, 2위 기업이 주력사업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업계는 상황을 낙관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석유화학 업황이 회복 사이클에 진입하지 못했다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수익성 정체기간이 장기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따르면서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S&P 등을 비롯해 업계는 아시아 올레핀 시황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올레핀은 나프타를 분해해 나오는 에틸렌, 프로필렌 등을 일컫는다. 올레핀 시장의 약세 원인은 공급과잉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중국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2711만톤/년에 불과했으나, 올해 91% 증가한 5174만톤/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한국의 생산능력은 966만톤/년에서 1266만톤/년으로 30%가량 증가했다. 주요 시장인 중국 내 공급 증가로 수출길이 좁아졌다.
석유화학 제품 가격의 최근 부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게 최근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에틸렌 스프레드(원료 나프타과 생산품인 에틸렌 가격 차이)는 좀처럼 완연한 반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톤당 200달러대에 집입했지만 이달 다시 톤당 100달러 중반 아래까지 내려갔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ABS 시황도 최악의 부진이 점쳐진다. 최근 북동아시아의 수입가격은 톤당 1150-1190으로 최근 3년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ABS 생산 시설 정기보수로 공급이 일시적으로 감소할 전망이지만 수요 또한 부진하다는 점에서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NCC 등 생산 시설이 지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화학 제품의 수요 또한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의 화학제품 관련 재고가 지속 하락하고 있는데 수요가 활발해서가 아니라 경기 침체로 인한 생산 감소의 영향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백 센터장은 “화학업계의 영업이익률이 2000년대와 비교해 하이싱글에서 미들·로우싱글까지 떨어진 상황”이라면서 “LG화학 등 다수 기업이 석유화학 사업 구조조정에 나선 것도 시장 구조의 변화에 따른 근원적 경쟁력 하락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