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시스템으로 막자] 〈상〉단속 넘어 예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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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 4월 마포경찰서에서 음주운전 방지 장치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음주 시동방지 장치 도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4월 대전의 한 스쿨존에서 초등학생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사고 이후 음주운전 처벌과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음주시 운전을 원천적으로 할 수 없게 하는 장치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해 여야를 막론하고 이 장치를 의무화하겠다고 나섰다. 도로교통법 발의안이 10여건에 달한다. 음주운전 시동방지 시스템은 어떤 장치이고 제대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할지 한국교통안전공단과 집중 점검한다.

음주운전 사고는 2018년 1만 9381건에서 2020년 1만5059건으로 줄었지만, 그 사이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했다. 단속을 강화한 덕도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엔데믹 전환과 함께 함께 최근 음주운전 사고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속과 처벌 위주의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국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시동방지 시스템을 의무 도입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이유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5월 민생 1호 법안으로 음주 시동잠금장치법안(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외에도 여러 건이 행정안전위원회 심의 중이다. 대부분의 법안이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사람에 한해 동방지장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병합 심의에서는 수백만원에 달하는 설치 비용이나 대상 등이 추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시동방지 장치 효과는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시범사업을 통해 일정정도 확인됐다. 공단은 2022년 9월부터 3개월 간 제주와 대구, 여수 관광지 40대의 렌터카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렌터카는 관광지에서 주로 운행돼 음주사고가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672명의 운전자가 참여해 총 8708회 음주측정을 했다. 측정 결과 음주검출이 568회(6.5%)나 나타났다. 혈중알코올농도 0.03이상 검출된 차량 시동제한은 86회(1.0%)로 나타났다. 시동잠금장치가 최소 86회, 최대 568회에 달하는 음주운전을 막은 셈이다.

시간대별로는 심야시간대(00시~02시)의 시동제한율이 17.1%(35회 측정 6회 제한)로 높게 나타났다. 야간시간대(22~24시)도 12.5%였으며, 오전 6~8시에도 숙취 운전 등으로 인해 시동제한율이 2.2%에 달했다. 점심 시간(12~14시)에는 시동제한율이 1%로 비중은 적지만 시동제한수는 15회나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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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대별 음주측정 및 음주검출·차량 시동제한 결과. 자료=한국교통안전공단

80.2% 참여자들이 장치 사용 후 이 장치가 음주운전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권용복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이제는 단속이라는 기존 체계를 넘어 사전에 음주운전을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이 필요한 시기”라면서 “한국교통안전공단은 방지장치와 같은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해 사고예방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예방 대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보경 기자 okmun@etnews.com